어깨 무거워진 해리스…바이든 “부통령에 밀입국 문제 일임”

한동훈
2021년 03월 25일 오전 11:55 업데이트: 2021년 03월 25일 오후 3:1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남부 국경지대에 몰려드는 밀입국 문제 해결 임무를 맡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멕시코 국경지대 밀입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이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행 밀입국자들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에게 국경지대 문제 대처 임무를 준 것은 그만큼 미국 내 밀입국 급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밀입국자) 증가는 결과에 따른 것이었지만, 부통령은 우리의 외교적 노력을 주도하고 이들 국가들과 협력해 귀환자들을 수용하고 국경 단속을 강화해햐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그녀의 전적인 책임은 아니지만 나를 대변할 사람을 앉히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고, 우리는 계속 이 일을 진행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을 비판하며 대부분의 정책을 철회했다. 이처럼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 기조가 변하자 미국 정착의 기대를 품은 중남미인의 미국행 밀입국이 크게 증가했다.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지난 2월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민자 10만441명이 체포됐는데, 이는 지난 1월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바이든 정부의 이민정책 기조 변화는 미성년 밀입국자 급증으로도 이어졌다. 23일 기준 수용인원 한계치를 넘은 1만2천 명 이상의 미성년자가 수용시설에 구금돼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민 급증 문제를 ‘위기’라고 규정하기는 거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직무를 맡게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고, 밀입국 문제를 “도전적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금은 국경을 넘으면 안 된다면서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법을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민 문제 해결과 관련해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강화하고, 지역에서의 공동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시민 사회, 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 국가 지도자들과 외교를 펼치기 원한다”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들과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이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적 노력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국경지대 밀입국 급증 사태에 대한 책임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돌렸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 아래 이민자들에 대한 더 나은 대우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면서 “이로 인해 중미 이민자들은 국경을 넘고 싶어 하고, 이것이 쉽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 24일 망명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고 국경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이민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3개국 출신의 망명 신청자들에게 미국 밖 본국에 있는 센터에서 망명을 신청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이들 국가에서 온 보호자 미동반 미성년 밀입국자와 캐나다, 멕시코 출신 밀입국자에 대한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상 멕시코와 캐나다 출신 미성년 밀입국자들은 본국으로 송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