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대만 문제로 격돌…‘이면합의’ 가능성도

강우찬
2022년 07월 29일 오전 11:10 업데이트: 2022년 07월 29일 오후 3:5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개월 만에 전화 통화로 정상대화에 임했다. 양측이 밝힌 성명에 따르면, 두 정상은 특히 대만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통화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다섯 번째다. 백악관에 따르면 두 사람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28일 오전 8시 33분부터 10시 50분까지 2시간 17분 동안 전화로 대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 “미국은 현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나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전을 훼손하려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으며 이 정책은 대만관계법 등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는 미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유지하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의 발언이다. 미국이 ‘대만관계법’ 등에 따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석은 양자 간 차이를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에 대한 지배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반면 미국은 중국 공산당이 주장하는 ‘하나의 원칙’을 수용하면서도 중국 공산당의 대만 지배권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수용은 중국 공산당의 주장을 법적으로 승인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정도의 의미다. 행정부 내부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실질적으로 대만 섬을 지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대만 통일” 주장은 억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미국이 중국을 가장 주된 적수로 보는 것은 잘못이며 미·중 관계를 전략적 경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이 중국을 가장 심각한 장기적 도전으로 보는 것은 미·중 관계에 대한 ‘오판’이자 중국의 발전에 대한 ‘오해’이며 양국 국민과 국제사회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또한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호소하는 것은 14억여 중국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며 “민심은 저버릴 수 없으며,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영상 통화서도 대만 독립 움직임에 호응하는 미국 일부 세력을 겨냥해 “불장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경고한 바 있다.

백악관은 “이번 통화는 미·중 간 소통 채널을 유지·발전시키고 양측 간 견해 차이를 책임 있게 관리해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에서는 서로 협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또한 두 정상은 기후변화나 국제 보건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대응과 협력 방침을 확인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번 통화는 미·중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소통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평가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7일 이번 대화에 대해 “중국 국가주석과의 소통 채널 유지가 목적”이라며 미·중 관계가 미국이 맺고 있는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이자 다양한 글로벌 현안과 관련된 관계라고 밝혔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잭 쿠퍼는 RFA에 “이번 회담에서 특별한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사적인 부분에서는 긴장 관계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일종의 양해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 정도가 현재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미국 국내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받고 있다. 미국 경제는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위험에 직면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민주당은 올해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암울한 전망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시 주석은 10월 말 열리는 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통해 3연임을 결정지어야 한다. 이미 3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막판 변수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자체의 충격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시 주석에게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와 시 주석은 내부적으로는 상대방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서로 긴밀한 협력이 절실한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중 관계 전문가인 뉴욕시티대 정치학 교수 샤밍(夏明)은 “양국 정상은 좀 더 협력해서 의견 차이를 관리하고 서로 간의 정치·경제·사회 구도를 안정시킬 수 있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2021.7.20 | Elizabeth Frantz/Reuters/ 연합

이번 미·중 정상 통화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이 알려진 이후 이뤄졌다.

중국 공산당은 인민해방군이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여론도 미·중 정상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통화 내용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는 정상 간 접촉이 대만 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샤 교수는 RFA에 이번 전화통화를 보면 미·중 관계가 겉으로는 적대적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어떤 양해가 오갔을 수 있으며 이런 양해는 공개적으로는 표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은 외교적 행위에 능수능란한 정치 베테랑”이라며 “미·중 관계는 표면적인 것만 봐선 안 되며 그 심층적인 작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드러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