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만 방어” 네 번째…전문가 “중국 억지 효과”

한동훈
2022년 09월 21일 오전 10:04 업데이트: 2022년 09월 21일 오전 10:04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 발언이 대중 억지력 효과를 노린 전략적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방송된 미 CBS 시사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중국의 공격 때 미군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실제로 전례 없는 공격이 가해진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침공에 맞서 미군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취임 후 네 번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첫 번째다.

CBS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는 미군을 투입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때는 미군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냐는 확인성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러시아와 비교해 중국을 향해 한층 강경한 태도를 나타낸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관해 해명했다.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19일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더는 설명이 필요 없다”며 “나는 우리 정책은 일관되고 불변이며 앞으로도 지속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만 외교부는 “대만에 대한 견고하고 건전한 미국의 안보적 헌신을 다시 한번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시한다”며 미국 측에 외교 채널로 항의했다고 답했다.

일부 언론은 이번 “대만 방어” 발언을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세인트 토마스 대학 국제연구원의 예야오위안 부교수는 “같은 실언을 네 번이나 반복하겠느냐”며 실언이라는 보도에 의문을 나타냈다.

중국 문제 전문가인 예 교수는 “미국의 대만 정책에 변경은 없지만, 바이든은 굳이 대만 유사시 미군 관여라는 명확성을 보여줌으로써 활발해지고 있는 중국의 군사행동에 대해 억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 교수는 지금까지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유에 관해 두 가지 설명을 시도했다.

하나는 미국이 이전에는 중국 공산당을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중국 경제에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있어 대만은 전략물자, 특히 반도체의 주요 공급원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들이 중국의 위협 속에서도 대만을 방문하고 있다.

예 교수는 “대만의 유사 사태를 막는 것은 미국의 국익과도 직결되는 우선적인 사안”이라며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밝힌 바이든의 발언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보다 더 큰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대만과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인지 모호하게 남겨둠으로써, 중국 측에는 억지력을 발휘하고 대만에는 극단적 세력을 자제하게 하는 효과를 노린 전략이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상대로 한 군사적 위협을 끌어올리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끝내야 한다는 의견이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외교통상부 장관 격)과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역시 지난 4월 언론 기고문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LA 타임스’와 프랑스 ‘르몽드’에 실린 이 기고문에서 아베 전 총리는 “미국의 모호성 전략은 베이징이 미국의 결의를 얕보게 하고 대만에는 불안감을 줌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에 불안정을 허용하고 있다”며 대만 방위 의사를 명확히 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