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아세안 새 시대” 선언…中 맞서 파트너십 강화

하석원
2022년 05월 14일 오전 11:46 업데이트: 2022년 05월 14일 오전 11:46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마지막 날 미국과 아세안 사이의 “새로운 시대”가 막 올랐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앞으로 50년간 이 세계의 많은 역사가 아세안 국가들에서 쓰일 것”이라며 “우리는 미-아세안 사이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세안 정상들을 자국으로 초청해 회의를 진행한 것은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6년 만이다. 미국이 아세안 주재 대사를 임명한 것도 오바마 행정부가 마지막이다.

AFP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들과의 회의에서 동남아시아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현안을 비롯해 인프라 구축, 해양 협력 강화 등 지역 현안을 함께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 정상들에게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정적이고 번영하고, 회복력을 갖춘 안전한 인도-태평양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은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주장하며 통제를 시도하는 중국에 맞서 미국이 내세우는 가치다.

전날 미국은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총 1억5천만 달러(약 1926억원)의 투자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해양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6천만 달러도 포함됐다.

미국은 아세안 국가들에 쾌속정 등을 지원하고 해경 인력 훈련도 파견하기로 했다. 불법 조업 등에 강력히 대응할 아세안 국가들의 법 집행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불법 조업과 관련해 특정 국가의 명칭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전 세계에서 불법 조업을 가장 많이 저지르는 국가로 꼽힌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는 이날 언론에 “미국은 동남아에서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아세안과 더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팽창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이 견제 장치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틀간의 정상회담이 열린 다음 날 아세안 정상들에게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정적이고 번영하며 회복력 있고 안전한 지역이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P 통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중국의 위협에 맞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블링컨 장관은 13일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공유된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해 동남아시아 블록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마르수디 외무장관은 “인도네시아는 주권 존중의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미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지역의 평화, 안정 및 번영을 촉진하기를 희망한다”며 공감대를 나타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남중국해 문제는 이번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중요한 의제”라며 “우리는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관계를 더 강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필리핀,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 9개국이 초청받았다. 최근 대선을 치른 필리핀에서는 외무장관이 대통령 대신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