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中기업 59곳 투자금지 행정명령…본질은 양보”

2021년 06월 7일 오후 11:00 업데이트: 2021년 06월 8일 오전 11:32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팀 컬팬 분석
“투자 금지 명했지만, 사면 여지 남겨놓은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위산업·감시기술 기업 59곳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 주류 언론은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는 전하고 있지만, 블룸버그 베테랑 칼럼니스트는 “바이든이 중국에 양보한 것”이라는 전혀 다른 분석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투자 금지한 31개 중국 기업에 28곳을 추가해 총 59곳에 대해 투자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정책은 8월 2일부터 시행되며 기존 국방부 ‘블랙리스트’ 대신 재무부가 운영하는 명단으로 운영된다.

명단에는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중신궈지(SMI),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중국 3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외에도 감시용 카메라 업체 항저우 하이크비전 등이 포함됐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바이든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시절 내려진 투자금지 조치를 확대,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팀 컬팬(Tim Culpan)은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중국 기업에 대한 배제가 아니라, 중국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에 있다고 봤다.

컬팬은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행위와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를 서술해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중국의 방위산업 및 감시기술 기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두 분야를 제외한 다른 기업은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미국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컬팬은 이를 “이번 행정명령은 양보와 마찬가지”라며 “블랙리스트를 강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방위산업과 감시기술이라는 사업 항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중국과 군사적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언론은 이번 소식을 전하며 ‘투자금지 대상인 중국 기업이 59곳으로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 이번 투자금지 대상에는 빠진 기업들이 있다.

샤오미를 비롯해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사 코맥(COMAC), 지도 제작 기술기업 뤄쿵 테크놀로지, 고윈(GOWIN) 세미컨덕터, 석유탐사 및 화학·비료 생산업체 중화그룹(시노켐) 등 14개 기업이다.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등록된 중국 기업은 실제로는 31곳이 아니라 47곳이었다. 국방부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총 14개 기업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샤오미는 이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법원 판결로 제외됐다.

또한 블랙리스트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인터넷 미디어 복합기업인 텐센트와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앱 틱톡 역시 바이든의 투자금지 행정명령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이들 기업은 모두 미국의 민감한 데이터를 유출하고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으며,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기업들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심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텐센트와 틱톡의 블랙리스트 등록을 유보했고, 두 기업을 포함해 14곳 모두 이번 59개 투자금지 대상 기업에서도 제외됐다.

컬팬은 “이는 사소한 차이로 보일 수 있으나, 중국 기업에 사면받을 길을 보여준 것과 같다”며 “예를 들어 중국 기업이 문제가 된 업계(방산·감시기술)를 탈퇴하거나 애초 해당 분야에 발들인 적이 없음을 증명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행정명령에 중국 외교부는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법과 시장을 존중하라”면서 “투자자 권익을 해치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중지를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대부분 다음 날 오전 주가가 상승세로 시작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CS)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지난달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미중 사이 반세기 가까이 이어지던 ‘관여’(engagement·외교와 대화 중심)의 시대는 끝났으며 경쟁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말한 바 있다.

인권 문제로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기후 대응 분야에서 소통과 협력을 표방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가 중국을 향해 복잡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장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