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뒤집힌 배서 ’40시간’ 버티고 극적 구조된 기관사의 첫 마디

이현주
2021년 02월 23일 오전 11:5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16

해상에서 침몰한 배에 40여 시간 갇혀 있던 남성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남성은 동료들을 돕다 탈출이 늦어져 배에 갇히게 됐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생명을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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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해경은 경북 경주시 감포항 앞바다에서 전복된 홍게잡이배 거룡호에서 이날 오전 10시 23분경 한국인 선원 A씨(56)를 구조했다.

지난 19일 전복 사고가 난 지 3일째, 39시간 37분 만이다.

기관사로 알려진 A씨는 선박 내부에 형성된 에어포켓에서 이틀을 버틴 끝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발견 당시 저체온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 의식은 있었지만 의사소통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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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 배에 타고 있던 승선원 6명 가운데 처음 발견된 생존자다.

1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 4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사고 당시 배에는 선장과 A씨 등 한국인 선원 2명, 베트남 국적 선원 3명, 중국동포 선원 1명 등 6명이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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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구조 후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고 응급조치를 받은 후 의식을 되찾았다.

이송 되기 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A씨는 “우리 선원들 어떻게 됐냐?”머 구조 여부를 먼저 물었다.

A씨는 사고 후 배가 뒤집히고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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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원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마지막에 탈출을 시도했지만 장애물 등으로 인해 미처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에 A씨는 배 뒤쪽에 있는 어구창고(어창)로 피신했다.

해경은 거센 파도에 배가 빠르게 뒤집히면서 어창에 에어포켓(공기층)이 형성돼 A씨가 버틸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A씨는 구조 당시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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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당시 해역 수온은 12.6도로, 훈련된 구조대원도 2시간 생존율이 50% 수준이다.

A씨는 몸이 물에 완전히 잠기지 않은 덕에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해경은 파악하고 있다.

한편, 해경과 해군은 함정과 항공기, 잠수사 등을 투입해 어선 주변을 수색하며 나머지 실종자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