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두번째 트럼프 탄핵안 가결…공화당도 10명 찬성

하석원
2021년 01월 14일 오전 10:16 업데이트: 2021년 01월 14일 오전 11:05

미국 하원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사상 두 번째로 가결했다. 찬성 232표, 반대 197표. 공화당 의원 10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탄핵소추안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습격으로 이어진 내란을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탄핵소추안 가결은 상정에서 통과까지 7시간 걸리며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같은 대통령이 두 번 탄핵된 것도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탄핵이 성급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에게 적절한 항변 기회를 주지도 않았고, 국민들에게 절차에 대해 신뢰할 설명과정도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재임기간 중 매일 국가적 위협을 일으키고 있다며 절차 생략을 정당화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우리 모두의 국가를 상대로 반란과 무장 항쟁을 선동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며 “그는 떠나야 한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국가에 대한 분명하고 현존하는 위험요소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의원 10명도 찬성했다. 리즈 체니(와이오밍), 존 캣코(뉴욕), 아담 킨징어(일링노이), 프레드 업턴(미시간), 제이미 에레라 뷰틀러(워싱턴), 댄 뉴하우스(워싱턴), 앤서니 곤살레스(오하이오), 톰 라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 데이비르 밸라다오(캘리포니아), 피터 마이어(미시간) 등이다.

하지만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은 탄핵 추진이 국가를 분열시킨다며 반대했다.

톰 콜(오클라호마) 의원은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국가 통합 대신 분열을 택했다”며 “하원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오늘 이 조치보다 국민을 더 분열시킬 만한 것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탄핵 반대가 의사당 폭력을 옹호하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의사당 폭력에 반대했음을 강조했다.

가이 레셴탈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집회에서 참석자들에게 ‘평화롭고 애국적으로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줄 것’을 촉구했다”며 폭력을 선동하기는커녕 언급조차 안 했다고 말했다.

해군 검사 출신인 레센탈러 의원(팬실베이니아)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형법에서 정의하는 선동의 요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않는다”며 탄핵 추진이 무리한 일임을 지적했다.

톰 맥클린톡 의원(캘리포니아)은 “그게 탄핵감이 되나? 그걸 언론의 자유라고 부른다”며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맥클린톡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인단 투표에 반대하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을 향후 선거에서 반대할 것이라고 말한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맥클린톡 의원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는 “그게 뭐 별거냐? 그걸 정치라고 한다. 자기 지지자들에게 열띤 연설하는 정치인들을 모두 탄핵한다면 국회의사당이 텅 비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사태 초기 전 즉각 폭도들을 비난했어야 했다”며 대통령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서도 성급한 탄핵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반대했다.

에포크타임스의 팩트체크에 따르면, 의사당 습격은 트럼프 연설 도중 이미 시작돼 있었다. 연설 현장에서 도보로 30분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폭도들이 의사당 구역을 침입했다. 당시 트럼프는 의사당을 등지고 서서 한창 연설 중이었다.

의사당 습격 사건이 보도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약 2시간 뒤 군중에게 경찰에 협력하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영상 메시지를 발표했다.

또한 다음날 “1월 20일에 질서 있는 이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몇 시간 뒤 취임식에 가지 않겠다고 전했다.

대통령 탄핵에 앞서 증인과 전문가 증언 등 위원회 조사가 선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주요 절차를 생략한 이번 탄핵 가결로 추후 탄핵의 기준을 크게 낮추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면서 탄핵의 대안으로 양당이 참여하는 공동 위원회를 구성해 대통령의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할 것을 제안했다.

펠로시 의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6일 연설을 선별적으로 인용하며 탄핵 정당성을 주장했다.

“우리가 이룬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는 선거안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나서기 전까지 우리의 선거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와 “우리는 지옥(hell)처럼 싸운다. 지옥처럼 싸우지 않으면 나라 없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한 대목이다.

한편, 이번 탄핵은 정치권 바깥에서 이뤄지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검열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은 지난 13일 기준 트럼프 대통령의 자사 플랫폼 사용을 금지했다.

공화당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은 “이건 더 이상 탄핵이 아니다. 그들은 대통령이든 누구든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취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