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샤오미, 中 우주항공 분야 자금 공급원 역할

하석원
2021년 02월 15일 오후 4:20 업데이트: 2021년 02월 16일 오전 9:24

중국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집중적 견제를 받으며 주춤거리는 사이, 전자제품 제조업체 샤오미(小米·좁쌀)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뇌군(雷軍·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0년 중국 공산당(중공)의 연중 최대행사인 양회에 2년 연속으로 연단에 올라 발표했다. 이번 발표 주제는 ‘위성 인터넷 사업 추진에 대한 제안’이었다.

앞서 지난 2019년 양회 연단에 선 뇌군 CEO의 강연주제는 ‘혁신 능력 향상과 상업용 우주산업 육성에 관한 제안’이었다.

뇌군 CEO는 2011년 공동설립한 벤처캐피탈 ‘순위(順爲 ·순웨이)캐피탈’을 내세워 여러 우주항공 기업에 투자했다.

중국 민간 우주항공 기업 갤럭시스페이스(銀河航天)가 작년 1월 16일 첫 위성 발사에 성공하자, 뇌군 CEO는 웨이보에 “우리 순위캐피탈이 갤럭시스페이스에 일찌감치 투자해 주요 투자자가 된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 썼다.

순위캐피탈은 총 3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에 따르면, 순위캐피탈은 2015년부터 민간 상업 우주분야에 집중 투자해 2017년에는 중국 민간 로켓발사 기업인 아이스페이스(i-Space)와 딥블루 에어로스페이스(Deep Blue Aerospace) 등으로 투자를 확대해왔다.

샤오미가 미 국방부의 ‘제재 대상 기업명단'(블랙리스트)에 오르기 하루 전인 지난달 13일, 베이징 증권감독국은 홈페이지에 “아이스페이스가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샤오미, 미국 투자자 자금 얼마나 투자받았나

미 국방부는 지난달 14일 샤오미 등 중국기업 9곳을 중공군과 관련된 기업으로 지목하고, 블랙리스트에 등록해 미국의 개인·기관 투자자의 투자를 금지했다.

블랙리스트 등록은 샤오미 등 9개 기업으로 미국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조치다.

현재 미국 정부는 중공 정권 혹은 중공군과 관련된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2개의 제재 대상 리스트를 운영한다. 하나는 상무부가 작성하는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무역 블랙리스트), 다른 하나는 미 국방부의 중공 군수업체 블랙리스트다.

제재 조치는 대상 기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샤오미는 국방부 리스트에만 올랐지만, 중공군과 관련된 중국의 대표적 정보통신기술 기업 화웨이는 국방부와 상무부 리스트 두 곳에 모두 올라 있다.

상무부 리스트에 오른 회사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업과 사업거래가 금지되고,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회사는 미국인의 투자가 금지된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제재가 더해진다.

지난 1월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을 일주일 남겨두고 서명한 행정명령 수정안에 따라, 미국 투자자들은 오는 11월 11일까지 중공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투자(증권)를 모두 회수해야 한다. 이번에 국방부 리스트에 오른 샤오미 등 9개 기업도 포함된다.

샤오미 등 중공군 연계 기업에 대한 미 제재는?

행정명령 수정안은 1월 11일부터 신규 투자 금지, 11월 11일까지 기존 투자분 회수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초, 신규 투자 금지 발동일을 2주가량 연기했다. 기존 투자분 회수 마감일인 11월 11일에는 변동을 주지 않았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중공군을 지원하는 기업에 미국이 투자하는 것은 미국 자금으로 적국의 국방력을 키우는 행위라며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같은 조치는 중공이 민군 통합발전 전략을 추진하면서, 민간기업 혹은 민간으로 위장한 기업을 내세워 미국 기업 혹은 대학,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진행한 뒤 앞선 기술과 지식을 확보해 중공군 현대화에 이용하고 있다는 판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시진핑은 2015년 처음으로 민군 통합발전을 국가전략으로 격상시킨 바 있다.

홍콩결제기구(CCASS) 자료에 따르면, 샤오미의 투자구조는 미국계 증권사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JP모건의 지분은 25억3천만주(10.04%), 씨티은행 20억9천3백만주(8.31%), 골드만삭스 6억6천7백만주(3.04%), 모건스탠리 4억8천만주(1.9%)로 4개 투자은행 지분이 총 23.39%에 달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신임 행정부는 중공군과 관련된 기업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를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수정안 발동일을 당초 예정됐던 1월 27일에서 4개월 더 늦춘 5월 27일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중공군 기업으로 확인된 “이름이 비슷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은” 기업에 대한 미국인의 증권거래 중단 발동일을 연기했다.

이로써 샤오미는 5월말까지 다시 신규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