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BI 국장 “프라우드 보이스, 국내 테러단체 아니다”

이은주
2021년 03월 3일 오후 2:01 업데이트: 2021년 03월 3일 오후 2:01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2일(현지시간) 우익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를 국내 테러단체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레이 국장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우리(FBI)는 프라우드 보이스를 국내 테러단체로 취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이 국장은 “하지만 개인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단체 자체가 테러집단으로 지목된 건 아니지만, 일부 구성원은 테러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테러조직 명단에 포함되기 위한 규정에 대해 질문하자, 레이 국장은 “연방법과 미국법에 따르면 외국 테러조직(을 지정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지정한) 국내 테러단체 명단은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우익 단체 오스키퍼스(Oath Keepers)와 극좌 단체 안티파(Antifa)에 대해서도 ‘테러단체는 아니지만 일부 구성원은 테러에 가담했다’는 식의 동일한 답변을 했다. 

이들 단체가 테러집단 명단에 속한다면 양질의 정보 수집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알카에다나 ISIS처럼 국내 테러집단을 지정하거나 지정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토론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레이엄 의원이 또다시 백인우월단체인 KKK가 국내 테러단체인지 묻자, 레이 국장은 “법적으로 지정된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내 요점은 우리가 그것(테러단체 규정)을 가져야 할지 말지에 대해 모르겠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제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국내 테러단체에 관한 발언은 지난해 여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폭동시위와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레이 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1월 6일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가 국내 테러였다고 밝혔다. 

프라우드 보이스는 스스로를 공제조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웹사이트에는 “프라우드 보이스는 반사회 정의 전사이므로 언론을 혼란스럽게 한다. 서구 우월주의는 모든 인종과 종교, 성적 취향을 포함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프라우드 보이스는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 전역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가 일어났을 때 시위를 주동한 안티파와 대치하기도 했다. 또 의사당 난입 사태로 회원 중 여러 명이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우드 보이스의 엔리케 타리오 대표는 BLM 현수막을 불태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고, 워싱턴DC 시내 진입 금지 명령을 받았다. 

지난 2018년 워싱턴DC의 한 보안 담당자는 언론에서 “FBI가 프라우드 보이스를 백인우월주의와 관련된 과격단체로 지정했다”고 주장했지만, FBI 요원은 “오해”라면서 “이 단체를 과격단체로 지정할 의도도 없고 지정하지도 않았다”라고 지역 언론에 전했다. 

한편, 캐나다는 지난 2월 초 프라우드 보이스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