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정보위 보고서, 코로나19 발원지로 우한 연구소 지목

2021년 05월 22일 오전 9:56 업데이트: 2022년 12월 26일 오후 4:12

하원 공화당 의원들, 바이든 행정부에 中 압박 촉구
“中, 사태 초기 은폐한 것도 연구소 유출설 뒷받침”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중공 바이러스)가 동물 발원보다 중국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공개된 중간보고서에서 “실험실 유출이 코로나19의 원인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압도적인 정황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는 이 보고서에서는 “그 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른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지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공 바이러스 감염은 2019년 말 중국 중부 후베이성의 우한시에 있는 화난 수산물시장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이곳에서 10km 떨어진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가설이 큰 설득력을 얻었지만 정확한 기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생물안전 최고등급인 4등급 실험실을 갖추고 에볼라, 사스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해왔다.

지난 1월에 발표된 미 국무부 설명서(팩트시트)에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지난 2016년 이전부터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실험을 진행해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또한 2017년부터 중공 인민해방군의 의뢰를 받아 모종의 동물 실험도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생물무기 연구를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무부는 설명서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가을에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내부 일부 연구자들이 코로나19 혹은 계절성 유행질환과 증상이 일치하는 질병에 걸린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중공 정권은 우한 연구소 유출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동물 숙주로부터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동물 기원설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공은 지금까지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최초 동물 종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걸어가고 있다. 2020.04.30 |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

하원 정보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금까지 8만 마리 이상의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지만, 바이러스를 전파한 최초 동물을 찾아낼 수 없었다.

보고서는 또한 2004년 사스 바이러스 유출을 포함해 중국 내 실험실에서 발생했던 유출 사례들을 지적했다.

2004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유출은 중국 국립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관리 소홀로 발생했다. 이 유출 사건은 2002년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 총 2769명을 감염시켜 42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 발생 2년 만에 일어났다.

무서운 전염병에 대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부실관리가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사 사건이 중국 당국 공식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한 연구소의 바이러스 유출 우려는 이미 지난 2017년 말부터 제기된 바 있다.

주중 미국대사관 소속 보건전문가들은 2017년 말~2018년 3월 사이 해당 연구소를 수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연구소 관리실태를 살펴보고 “사스와 비슷한 신종 전염병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미국 정부에 경고했다.

당시 보건전문가들은 우한 연구소가 실험실 수칙 준수 등 안전성 부분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중공이 자국 바이러스 연구자들의 보고를 누락시키거나 발병 초기 사태를 은폐하려 한 점도 실험실 유출설에 힘이 실리는 정황적 증거라고 보고서에서는 밝혔다.

중국 보건당국은 최소한 2019년 말부터 중공 바이러스에 관한 자료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으나 중공 정부는 2020년 1월 20일까지 중공 바이러스의 사람간 전염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우한 연구소의 바이러스 관련 자료를 폐기하기 결정해 의문을 남겼다.

이밖에 2019년 12월 말 중국 의사들이 우한에서 “사스와 비슷한 원인불명 폐렴이 발생했다”며 사람들에게 경고하려 했으나, 중공 정부는 이들을 입막음했다.

세계보건기구 조사팀인 피터 다작(오)과 마리온 쿠프만스(왼)가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의 한 호텔에서 나란히 나오고 있다. 2021.02.10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연합

하원 정보위 보고서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와 중국 정부는 28일간에 걸친 WHO 조사단의 코로나19 기원 조사활동을 방해하고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중공 정부와 전문가들의 비협조 속에 진행된 WHO 조사단의 중국 우한 현지 조사는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사실상 부인하고 동물 기원설의 가능성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보고서를 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보고서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이달 초 생물학·전염병학·면역학·바이러스학 분야 전문가 18명은 바이러스 기원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조사를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발표했다.

하원 정보위 보고서는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원에 대한 완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실험실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조사가 이뤄지도록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