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텍사스, 태아 심장박동 시 태아 낙태금지법 곧 시행

이은주
2021년 05월 17일 오후 3:50 업데이트: 2021년 05월 18일 오전 9:01

미국 텍사스주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면 임신중절(낙태)을 금지하는 법안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인 주 상원은 지난 13일 ‘텍사스 심장박동법’ 또는 ‘심장박동법’으로 불리는 낙태 제한 법안(SB8)을 찬성 18표 대 반대 12표로 통과시켰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도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밝혀 법안은 조만간 텍사스주에서 시행될 전망이다. 

이날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텍사스 주의회는 심장박동법을 통과시킨다”면서 “이제 법안은 서명을 위해 내 책상으로 오고 있다”며 법안에 서명할 것임을 시사했다.

법안을 지지한 에디 루치오 주니어 상원의원(민주당)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곧 태어날 아이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고 살아갈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가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루치오 의원은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2명의 민주당 의원 중 1명이다. 

이 법안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면 의료기관이 낙태 수술을 할 수 없다.  통상 임신 6주 때 심장 박동이 감지된다. 

이 법안의 예외 규정은 여성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만 적용되고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일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안은 또 주민들이 낙태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를 포함해 낙태를 하도록 돕거나 유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료진, 병원, 개인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단, 강간 또는 근친상간으로 여성을 임신시킨 남성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생명존중 단체인 ‘텍사스 라이트 투 라이프’는 성명을 내고 “텍사스 심장박동법은 시민들이 소송을 통해 낙태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참신한 접근”이라면서 “낙태 시술을 받는 여성들은 처벌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낙태 찬성 단체들은 법안에 반발하며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미국 낙태기관인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PP)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낙태 접근권의 권리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면서 법안이 입법되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10억 달러 규모의 이 단체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도 낙태를 필수 서비스로 제공해 왔다.

Planned Parenthood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의 가족계획연맹 본부. 2019.8.21 | Rick Bowmer/AP Photo 연합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텍사스지부도 성명을 내고 법안에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 단체는 “텍사스주 의원들은 조급히 6주 안에 낙태를 금지하는 극단적인 법안을 통과시켰다”면서 “이 위험한 법안은 위헌이며 텍사스주에서 낙태는 여전히 합법이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들 사이에서 ‘법안이 누구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져 비판이 가중됐다.  

ACLU 측은 “법안은 너무 극단적이어서 어느 나라에 있든 어디에 있든 텍사스 주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며 “이는 텍사스에서는 10대 청소년을 임신시킨 강간범이 낙태를 원하는 이 청소년을 도와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고소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에 따르면 강간, 근친상간 등의 행위로 여성을 임신시킨 개인은 의료기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다. 

법안은 주지사의 서명 이후 오는 9월 1일부터 발효된다. 

최근 공화당 주도의 주들은 낙태 제한을 위한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명존중 정책 비영리 연구기관인 구트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13개 주에서 61건의 낙태 제한 법안이 통과됐다. 

특히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7개 주에서 28건의 관련 법안이 제정됐는데, 이는 올해 통과된 낙태 제한 법안의 46%를 차지한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지안포르테 몬태나 주지사는 지난달 26일 낙태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 3건에 서명했다. 

이들 법안에는 임신 20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고 의료진이 낙태 시술 전 환자에게 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약물을 사용해 낙태하는 방법을 규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Doctor performs ultrasound
2018년 8월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병원 의료진이 임산부를 대상으로 태아 초음파 진료를 하고 있다. | Teresa Crawford/AP Photo 연합

케빈 스티트 오클라호마 주지사도 지난달 27일 낙태를 제한하는 3건의 법안에 서명했다.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될 경우 낙태를 금지하고 △이사회 인증을 받은 산부인과 전문의에게서만 낙태를 시행하며 △의료진이 불법 낙태를 시행할 경우 최소 1년 동안 의사 면허를 정지하는 등의 내용이다. 법안은 오는 11월 1일 발효된다.

아이다호는 지난달 27일 태아에게서 심장 박동이 감지되면 낙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의료 비상사태 또는 근친상간이나 강간으로 임신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도 같은 날 △낙태 제공기관에 대한 주정부의 기금 제공을 금지하고 △낙태약 우편 배송을 금하며 △다운증후군을 가진 태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인디애나주 역시 지난달 29일 화학적 낙태에 대한 제한 조치를 마련했다. 

이 외에도 4월 초 마크 고든 와이오밍 주지사는 낙태 시술 중 살아서 태어난 아이가 다른 아이와 마찬가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법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