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공화당 ‘투표법 개정안’ 막으려 의회 보이콧 불사

2021년 07월 13일 오전 9:22 업데이트: 2021년 07월 13일 오후 12:31

미국 텍사스 공화당이 대규모 유권자 사기를 막기 위한 투표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소수당인 민주당이 이를 저지하려 특별회기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텍사스 민주당은 12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민주당은 애벗 주지사의 유권자 공격을 막는 역사적인 위업을 위해 정족수를 미달시키려 한다”며 이 같은 결정을 전했다.

지난 5월 30일 민주당은 정기회기 중 전원 퇴장이라는 예상 밖 대응으로 투표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공화당 소속인 애벗 주지사는 “특별회기를 열어 투표법 개정안과 비판적 인종 이론을 금지하기 위한 법안을 다시 표결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별회기 보이콧 의사를 밝히자, 애벗 주지사는 즉각 성명을 내고 “민주당의 결정은 그들을 뽑아준 텍사스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며 “주(州)와 지역구에는 아직 그들이 도와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몇몇 언론에 따르면, 텍사스 민주당 의원들은 전세기편을 통해 워싱턴DC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회기 보이콧을 위해 물리적으로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민주당의 보이콧 결정은 12일 하원 위원회가 정기회기에서 부결된 투표법 개정안 재상정 일정을 앞당기기로 한 가운데 이뤄졌다.

투표법 개정안은 우편투표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저녁 투표 시간을 제한하며, 지난 대선 때부터 텍사스 내 민주당 강세 지역인 해리스 카운티에 도입된 드라이브 스루 투표 방식을 없애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과 좌파 언론에서는 개정안을 ‘유색인종 투표 방해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유색인종 투표율 상향에 기여한 제도들을 없애려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일부 시민단체는 저녁 투표와 드라이브 스루 투표 제도가 도입되자,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해 승합차로 민주당 텃밭 지역을 돌며 유권자들을 투표소까지 데려다주고 투표하도록 하는 활동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끌어올렸다. 차량이 없는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공화당은 이 같은 행위가 일종의 차별 대우라고 보고 있다. 일부 계층이나 특정 집단에만 차별적으로 투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직간접적으로 호소하거나 ‘표 수확’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에서는 투표권 행사에 불편함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자발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브라이언 휴즈 상원의원(공화당)은 “대체로 유권자들은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려 하며 옳은 일을 하려고 한다”며 “투표법 개선안은 표를 수확하거나 훔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거의 보안성을 높이는 쪽에 초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애벗 주지사는 1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정안은 현행 투표법보다 사전투표 기간을 늘려 투표 편의성을 증대했으며, 우편투표를 악용한 부정행위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주 하원은 총 150석 중 공화당이 83석으로 다수당을 차지해 법안의 단독 통과가 가능하다. 그러나 법안 표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100명이 출석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 점을 틈타 지난달 30일 비밀리에 회의장을 떠나는 방식으로 표결을 무산시켰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미국에서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더라도 정기회기 자체를 보이콧하는 행위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민주당으로서는 선을 넘더라도 양보할 수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텍사스 민주당의 질베르트 이노호사(Gilberto Hinojosa) 의장은 이와 관련 12일 성명에서 “민주당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법안 추진에 맞설 것”이라며 결사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