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지방선거서 도미니언 장비 오류, 공화당 유권자에 민주당 투표용지

2021년 05월 22일 오후 5:05 업데이트: 2021년 05월 22일 오후 8:32

미국의 한 지방선거에서 전자투표장비가 시스템 오류를 일으켜 선거의 공정성 시비로 번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루체른 카운티(county·한국의 군[郡]에 해당)는 지난 18일(현지시각) 카운티 대법관 등 주요 공직자를 선출하기 위한 예비선거를 실시했는데, 일부 유권자들이 자신의 지지 정당이 틀리게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 WNEP는 유권자와 담당 공무원들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이 투표장비에 다가서면 ‘민주당 투표’로 뜨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킹스턴 타운쉽의 한 투표소는 투표 당일 투표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예비선거는 유권자가 선거에 나갈 후보자를 뽑는 선거다. 이후 본 선거에서는 예비선거를 통해 추려진 후보들을 대상으로 다시 선거인단의 대리 투표가 이뤄진다. 미국 특유의 선거방식이다.

예비선거는 다시 당원이 모이는 당원대회(caucus·코커스)와 일반 유권자들이 참가하는 프라이머리(primary)로 나뉜다.

루체른 카운티의 예비선거는 특정 정당에 등록한 사람만 참가할 수 있는 폐쇄형 프라이머리로 진행됐다. 유권자들은 먼저 등록한 정당을 밝힌 뒤, 소속 정당의 후보들을 대상으로 투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에 등록한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에만, 공화당에 등록한 유권자들은 공화당 후보에만 투표하는 식이다. 본 선거가 아니라 선거에 어느 후보가 나갈지를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번 오류는 공화당에 등록한 유권자들에게 ‘민주당 투표’ 화면이 표시됐다는 점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선거 공정성에 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카운티 선거 당국은 20일 이번 선거에 쓰인 투표장비 제공업체인 도미니언 보팅시스템에 문의한 결과 투표장비에 설치된 화면 상단부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루체른 카운티 선거감독관 밥 모건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미니언 보팅시스템의 장비 프로그램 코딩이 문제의 도화선이 됐다”며 실제 투표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모건 감독관은 “공화당원으로 등록하면 투표용지에 특정한 코드가 부여된다. 이 코드가 (투표장비에) 입력되면 투표 시 화면 상단에 ‘민주당 투표’라고 표시되더라도 상단을 제외한 다른 화면은 공화당 투표 화면으로 제대로 표시된다”며 “개표 역시 바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장비를 제공한 도미니언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투표 화면 상단에 오류가 발생했지만, 모든 투표용지에 공화당 표시와 공화당 예비선거 경선 표시가 정확하게 나타났음을 루체른 카운티 선거감독관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미니언 관계자는 또한 “루체른 카운티 관계자들은 주민들에게 ‘모든 투표가 정확하게 집계될 것이며, 이러한 혼란이 야기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미니언은 답변할 때 주어를 ‘도미니언’이나 ‘회사’가 아니라 ‘루체른 카운티 관계자’를 사용해, 코딩 오류를 일으킨 당사자이면서도 마치 제3자로서 이야기하는 듯한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해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이번 투표화면 오류는 유권자들이 현지 언론 ‘펜실베이니아 홈페이지(PAHomepage)’와 지역 공무원들에게 “루체른 카운티의 전자 투표용지에 문제가 있다”고 제보하면서 공론화됐다.

같은 오류가 민주당 유권자들에게도 발생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카운티 시의원에 출마한 민주당 소속 매튜 보우는 ‘타임스 리더’와의 인터뷰에서 “내 이름이 (전자)투표용지에 없었다고 유권자들이 알려왔다”며 일부 민주당 유권자들이 공화당 투표용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보우 후보자는 “공화당 후보에게 얼마나 많은 민주당원들이 투표했는지 누가 알겠는가? 결과적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표를 잃었는지 누가 알까? 이 오류는 공화당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카운티에서 관련 대책회의가 열리면 도미니언과의 선거장비 공급계약을 종료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모건 감독관은 펜실베이니아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파일을 통해 생성된 우편투표용지에는 같은 오류가 생겼다는 증거가 없다. 코딩 오류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도미니언과 협의 중이다”라며 “도미니언도 우리만큼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카운티 측의 문제로 인한 오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