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중국 구금한 에포크타임스 코로나19 제보자 석방 촉구

하석원
2021년 08월 28일 오전 8:56 업데이트: 2021년 08월 30일 오전 11:30

미국 국무부(외교통상부 격)가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 취재진에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구금된 중국인 11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무부는 또한 중국 정부를 향해 중국에서 언론 자유와 진실 보도를 억압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27일(현지 시각)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중공) 정부에 대해 코로나19 봉쇄 상황 보도와 관련해 구금된 언론인과 관련자들을 석방하고 진실을 보도하려는 사람들을 침묵시키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은 또한 “우리는 코로나19에 관한 독립적이고 투명하며, 팩트에 기반한 보고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불투명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대변인 성명에서 언급한 중국인 11명은 1년 이상 베이징 둥청(東城)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4월 “2020년 2월부터 6월 사이에 사진을 찍어 해외 사이트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검찰은 기소장에서 ‘해외 웹사이트’의 명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뉴욕에 본부를 둔 언론자유 감시단체인 ‘언론인 보호 위원회(CPJ)’는 구금된 중국인들이 에포크타임스에 자료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Chinese troops march during a military parade in Tiananmen Square in Beijing on Oct. 1, 2019.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
중국군 병사가 베이징 열병식 도중 한 외신 사진기자의 촬영을 막고 있다. 2019.10.1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

CPJ는 언론인에 탄압과 폭력을 가하거나 감금하는 등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 단체에 압력을 가해 언론의 독립성을 억류된 언론인을 구출하는 국제비영리기구다.

에포크타임스에 정보를 제공한 11명의 중국인은 현지 신문사 기자,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직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전원 파룬궁(法輪功) 수련자이다.

정식명칭이 파룬따파(法輪大法)인 파룬궁은 1990년대 초반 중국의 명상, 기공 붐이 일었을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으며 1999년 7월부터 금지돼 지금까지 탄압을 받고 있다.

공산당은 파룬궁이 사회 안정을 위협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공산당원(당시 약 6천만명)보다 수련인구(약 7천만명 이상)가 많다는 점이 실제 탄압 이유로 분석된다.

제보자들은 파룬궁 탄압을 겪으며 진실을 알리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부당한 탄압이나 정책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생각하게 됐고,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게 되자 공산당의 영향을 받지 않는 중국어 매체인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에 정보를 제공하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에 정보를 제공하다가 당국에 붙잡히면, 징역·고문 혹은 더 가혹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이 용기를 낸 데에는 세간의 이해득실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 수련인의 마음가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권은 당의 이미지를 손상할 가능성이 있다면 개인, 단체, 이론, 신념 등 어떤 것이든 억압해왔다.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이전에, 공산당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 사안으로 접근해왔다.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초기에 알리고 방역 당국에 경고한 내부고발자 의사, 시민기자, 학자, 연구팀은 ‘사전에 허락받지 않고 정보를 여과하지 않은 채 유포’하거나 ‘당의 정책을 비판’한 혐의로 정권에 의해 처벌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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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사람들이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좁은 간격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2020.6.23 | NOEL CELIS/AFP via Getty Images/연합

언론인 보호 위원회의 스티븐 버틀러 아시아 담당자는 “중국은 자국민들이 코로나19 봉쇄에 관한 소식을 알리거나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것을 정권의 필요성에 의해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틀러는 “에포크타임스에 사진과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체포된 11명을 즉각 무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포크타임스는 2000년 미국에서 중국어 신문으로 창간했다. 중국 당국과 무관한 신문사로서, 사건을 취재하고 중국어 뉴스를 발행한 독립언론은 즉각 중국 당국에 의해 중국에서의 접속이 차단됐다. 설립 초반, 중국에서 취재 활동을 벌이던 기자들은 당국에 체포돼 10년간 수감됐다.

에포크타임스는 이번 사건 관할 법원인 베이징 둥청 인민법원에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문의하려 했으나, 법원 측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수감된 11명의 중국인 중 한 명인 셰얜이는 지난 5월 변호인과 만나는 것이 금지됐다. 셰얜이의 변호인은 이번 사건을 “의사 리원량 사건의 연장”이라면서 중국 정권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중앙병원 안과 의사인 리원량은 2019년 12월 최초로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경보를 올린 의사 중 한 명이다. 그는 이후 경찰에 불려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사과문에 서명해야 했고, 이후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Zhang Zhan
시민기자 장잔이 2020년 4월 14일, 봉쇄된 도시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공원에서 식사하고 있다. 장잔은 봉쇄 직전, 진실 보도를 위해 우한에 진입했다. | Melanie Wang via AP/연합

또 다른 수감자인 시민기자 장잔은 우한 시내를 돌아다니며 전염병 발생 상황을 찍어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 올렸다가 지난해 12월 ‘허위사실 유포’와 ‘소란’ 혐의로 4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인권보호단체인 ‘차이나체인지’가 입수한 법원 판결문에는 “(장잔은) 외국 언론인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에포크타임스에 인터뷰를 제공,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에 관한 악의적 과장 선전물을 만들어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적혀 있었다.

장잔은 지난 5월 체포된 이후 부분적인 단식 투쟁으로 항거하고 있으며 체중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시민 기자들을 포함해,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은 정부의 책임감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으로부터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논평했다.

/하석원 기자

* 이 기사는 에포크타임스 영문판 에바 푸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