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원숭이두창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한동훈
2022년 08월 5일 오전 8:00 업데이트: 2022년 08월 5일 오전 9:14

미국 내 6600명 이상 감염…“심각성 인식해야”

미국 정부가 4일(현지시간) 주로 동성애자 남성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 보건복지부 하비에르 베세라 장관은 이날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셸 월렌스키 국장, 식품의약국(FDA) 로버트 칼리프 국장과 함께 진행한 전화회의에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베세라 장관은 “지난 한 주간 미국 전역에서 1500건의 원숭이두창 신규 감염자가 확인됐다”며 “미국인들은 원숭이두창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퇴치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미 정부는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권한을 강화하고 더 많은 자금을 동원할 수 있게 됐다. 또 질병 퇴치에 필요한 추가 인력 배치 등의 조치도 취할 수 있다.

월렌스키 CDC 국장은 “미국에서 160만~170만 명이 원숭이두창 고위험군”이라며 동성애자 남성, 다시 말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반응 남자들이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할리우드에 설치된 임시 백신 접종소에서 한 시민이 원숭이두창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CDC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6600명 이상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으나 사망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뉴욕, 일리노이, 캘리포니아 등의 도시에서도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23일 원숭이두창에 관한 전문가 자문위원회 2차 회의를 마친 뒤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금까지 원숭이두창은 주로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되는 풍토성 감염병으로 아프리카 밖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극히 적었다.

하지만 WHO는 원숭이두창 감염 확진자가 아프리카를 비롯해 75개에서 1만6천 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질병은 지난 5월부터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감염자가 빠르게 증가했으며, 6월 말부터 한 달 사이 5배 급증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을 비롯해 미국의 여러 보건 당국자도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 대부분이 동성애 남성들에게서 발견되지만, 어린이를 포함한 다른 집단에서도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에 감염되면 발열, 몸살, 오한, 피로, 그리고 몸의 많은 부분에 여드름 같은 발진 증상이 나타난다.

AFP통신은 영국 런던퀸메리대 연구팀 조사 결과를 게재한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을 인용해 원숭이두창 확진자 95%가 성관계로 감염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감염자 98%가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 남성이었으며, 이들 중 HIV 양성반응은 41%로 나타났다. 이들은 최근 3개월간 평균 5명과 성관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주된 감염 경로를 성행위로 파악하고 있지만, 호흡기 비말이나 다른 종류의 신체 밀접 접촉, 옷 등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기사는 AP통신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