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 오바마 시절 도입된 ‘다카(DACA)’ 중단 판결

2021년 07월 17일 오전 10:11 업데이트: 2021년 07월 18일 오전 10:28

현재 수혜자들에게는 영향 없어, 신규 신청만 중단
의회 승인 없이 도입…대통령 권한 넘어서는 정책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제정한 ‘미성년 입국자 추방 유예’(DACA·다카)가 불법이라는 연방 지방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다카는 불법 입국한 부모를 따라 들어오는 바람에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 미성년자들의 추방을 유예해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한 제도다.

16일(현지시각) 텍사스 연방 지방법원의 앤드류 헤이넨 판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다카 정책은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2012년 도입한 다카 프로그램으로 보호받은 미성년 불법 입국자들은 8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판결은 앨라배마, 아칸소, 루이지애나, 네브래스카, 사우스캐롤라이나, 웨스트 버지니아 주 정부에서 제기한 소송에 대한 것으로, 주 정부들은 다카 프로그램이 연방정부의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헤이넨 판사는 “특정한 불법 입국자들을 추방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다카로 인해 새로운 정책들이 법적으로 부당하게 차단됐다”면서 다카 신규 승인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현재 다카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이들에게는 영향이 없다. 헤이넨 판사는 “수혜자들은 체류 신분을 계속 갱신할 수 있다”며 “이들이 매우 중대하게 의존하고 있는 정부 프로그램을 갑자기 끝내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카 자격은 16세 이전에 미국에 도착해 현재 30세 미만이며, 5년 이상 미국에 살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현재 군인임을 증명하면 얻을 수 있다. 심각한 범죄 기록도 없어야 한다. 시민권은 받을 수 없지만 2년마다 노동허가증을 갱신받아 일할 수 있고 대학도 다닐 수 있다.

헤이넨 판사는 “기존 수혜자에게 영향이 없다는 결정은 현재 다카 정책의 법적 결함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정부 측 주장을 고려하면서, 다카를 즉각 중단시킨다고 형평성이 당장 바로잡히지는 않는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전 행정부는 집권 1기 말인 2012년, 민주당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 다카 프로그램을 시행해 젊은 불법 입국자들에게 더 쉬운 미국 시민권 획득의 길을 열어줬다. 약 80만 명에 달하는 다카 수혜자들을 ‘드리머(Dreamer)’로 부르며 보호해왔다.

뒤이어 들어선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7년 9월 다카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의 극렬한 반발이 시작됐다. 주류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집중포화를 날렸다.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다카는 미국의 대통령에게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면서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불법 사면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다카는 작년 6월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존속이 결정됐다.

미국 전역에서 다카 수혜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미 연방대법원은 2019년 6월 다카 폐지 관련 심리 신청을 받아들였고, 약 1년 만인 작년 6월 5대4로 “트럼프 행정부가 정당한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며 다카를 폐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텍사스 연방 지방법원의 이번 판결로 일부 주에서는 다카 프로그램 폐지 논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다만 다카 수혜자들과 지지자들은 이번 판결에 항소할 것으로 예상돼 최종 결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판결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연방의회에서 불법 입국자를 항구적으로 보호하는 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더욱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텍사스와 국경을 접한 남부지역과 국경에서 비교적 거리가 먼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불법 입국자를 보는 시선의 온도 차가 크다. 남부지역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는 포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경수비대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약 19만 명의 불법 입국자들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 일대에서 체포됐다. 불법 입국자들의 폭증으로 범죄와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높아지면서 공화당이 우세한 국경지역에서는 불법 입국자 보호 법안을 반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