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종교의 자유’ 보장 판결 증가…“승소율 81%”

이은주
2021년 04월 19일 오후 1:55 업데이트: 2024년 01월 21일 오후 7:59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근 몇 년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법률학자인 리 엡스타인과 에릭 포스너가 1953년~2019년 미 수정헌법 제 1조 ‘종교행사의 자유조항’에 대한 93건의 판결을 분석한 결과다. 여기에는 대법관 31명의 판결문 824건이 포함됐다. 이 연구는 시카고대 ‘연방대법원 리뷰’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이 종교 단체에 손을 들어준 비율은 81%로, 1953년 이전 판결(50%) 대비 31% 증가했다. 

보수 성향의 로버츠 대법원장은 2005년 9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대법원을 이끌고 있다. 

특히 얼 워렌 대법원장(1953~1969년) 당시 ‘표현의 자유’ 승소율은 45.5%에 그쳐 큰 차이를 보였다. 워렌 대법원장 시절에는 여호와의 증인, 몰몬 등 기독교가 아닌 소수종교의 승소판결 사례가 많았다. 

연구진은 승소한 사례 대부분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인 반면 과거 판결에서는 기타 소수종교에서 승소한 사례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 워렌 버거 대법원장(1969~1986년) 재임 중 종교의 자유 승소판결 비율은 51.4%, 윌리엄 린퀴스트 대법원장(1986~2005년) 하에서는 58.1%였다.  

이러한 판결 변화는 9명으로 구성된 대법관 구성이 보수 성향으로 기울면서 나타났다. 연구진은 “로버츠 법원 대다수의 판사는 이념적으로 보수적이고 신앙심이 깊다”면서 “이는 과거로부터 상당히 벗어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원고 측에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은 “친종교적(pro-religion)”인 것으로 간주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정부의 간섭 없이 종교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옹호하는 판결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종교활동의 자유에 제한을 가한 캘리포니아, 뉴욕 등 민주당 주정부에 대법원이 제동을 건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추세는 법원 내 진보 진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직 중에서는 진보 성향의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이 1953년 이후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는 법관 8위에 꼽혔다. 케이건 대법관이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는 쪽으로 판결한 비율은 75%다.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62.1%로 13위였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33%로 종교의 자유에 가장 비호의적이었다. 

종교자유 옹호자들은 최근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긍정적 흐름으로 평가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로버츠 대법관의 종교 자유 관련 판결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법률 업체인 리버티카운슬의 설립자 겸 회장 매트 스타버는 로버트 대법원장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판결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종교의 자유를 수호하는 판결에 대해 단 한 번만 보수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로버트 대법원장은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교회의 실내 예배를 전면 금지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는 데 손을 들어줬다.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해 닐 고서치, 클라렌스 토마스, 새뮤얼 알리토, 코니 배럿 에이미 판사 등 보수 성향의 재판관 6명이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는 판결을 내놓았고, 원고 측 교회는 6대 3으로 승소했다.

당시 로버트 대법원장은 “안전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신자들의 최대 수가 0이라는 주정부 결정은 전문 지식이나 재량권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에 처한 이해관계를 충분히 이해하거나 고려하지 못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로버트 법관이 종교 쪽에 손을 들어준 판결은 이때 뿐이라는 게 스타버의 지적이다. 

스타버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단 한 번밖에 그런 적이 없었다”면서 이 사건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상황에서 정반대의 결정이 나왔을 수 있다고 했다. 

대다수의 종교자유 옹호자들은 대법원 판결의 전반적 흐름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비영리단체 퍼스트리버티 연구소 부회장인 제레미 디스는 “미 수정헌법 제1조에 기록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법원은 진보적 정치인들과 미 대법관이 지난 수십 년간 끼친 피해의 상당 부분을 되돌리면서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유를 회복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미 기독교 법률단체 자유수호연맹(ADF)의 수석 부회장 크리스틴 와고너는 “정부 관리들은 수백만 명의 가톨릭,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교 신자들이 가진 믿음의 핵심을 공격하기 위해 법을 무기화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대법원은 전례없이 많은 수의 종교 단체와 개인이 제기한 소송에 직면하게 됐고, 그런 소송에서 “법원이 수정헌법 1조의 중요성을 인식한 데 대해 감사한다”고 와고너는 말했다. 

그녀는 ADF가 2011년 이후 제기한 종교의 자유 관련 소송 12건 중 8건은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와고너는 “수정헌법 1조는 기독교인과 종교인 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도 좋은 것”이라면서 “이러한 자유는 정부의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살게 하며 우리 모두가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