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미들, 조직 행동으로 ‘게임스탑’ 공매도 세력에 대항

하석원
2021년 01월 29일 오전 9:00 업데이트: 2021년 01월 29일 오후 4:11

소액투자자들의 ‘반란’에 미국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소액투자자들은 미국의 비디오 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탑’의 주가를 떨어뜨려 이익을 얻으려는 월가의 헤지펀드에 반기를 들었다. 불공정한 공매도를 일삼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월가의 헤지펀드를 오히려 파산시키겠다고 위협하고 나선 것.

소액투자자들은 온라인상에서 게임스탑의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게임스탑’의 실패에 베팅했던 기관투자자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작렬시켰다.

이번 사건의 기원을 정확히 밝히기 어렵지만, 일부는 미국판 디시인사이드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 벳츠'(wall streetbets)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회원에 의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3백만 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 이 게시판(포럼)은 주로 소액의 자금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의 토론 공간으로 활용된다.

스타트업 투자자인 샨푸리(Shaan Puri)에 따르면, 총자산 125억 달러의 헤지펀드인 멜빈캐피탈은 게임스탑의 주식 폭락에 5,5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공매도를 걸었다.

게임스탑의 주가는 2018년 주당 16달러 이상에서 2020년 초 주당 4달러 미만으로 하락세를 걸었다. 오프라인 상점에서 비디오 게임을 판매하는 사업모델이 온라인 판매에 밀리면서 사장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13일 애완동물 쇼핑몰 츄이(Chewy)의 공동창업자인 라이언 코언이 지분 9%를 사들이면서 이사회에 합류하자, 주가가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코언의 활약에 기대감을 나타냈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하락세를 예측했다.

주가는 코언 합류 당일 30달러 이상을 기록했고, 포럼의 회원들은 공매도로 기업을 나락으로 떨구는 월가에 맞서기 위해 게임스탑 투자를 독려하며 맞섰다. 이에 한 주가 지난 21일까지 주가는 40달러 이상으로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주가 하락에 거액을 베팅했던 멜빈 캐피탈은 거의 30% 하락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멜빈 캐피탈은 시타델과 포인트72에서 27억 5천만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날 게임스탑 주가는 장중 한때 75달러를 기록했다.

이것마저도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 날인 26일, 게임스탑 가격은 전일 대비 92% 상승한 147.98달러까지 치솟았다.

1월 27일, 게임스탑은 주당 3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미국 CNBC는 이날 멜빈 캐피탈이 대규모 손실로 게임스탑 숏(매도) 포지션을 접었다고 보도했으나, 레딧 포럼의 많은 회원은 회사가 문을 닫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언론 보도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게임스탑에 75만 달러를 투자했다는 한 레딧 이용자는 이번 주가 상승으로 1,600만 달러(약 179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레딧 이용자들은 제2의 게임스탑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폰 제조업체였다가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현재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가 된 블랙베리가 후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사 주가는 최근 몇 주 동안 주당 7달러 미만에서 22달러 이상으로 올랐으며 특히 지난 25일 하루 만에 28.42%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