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FBI 트럼프 수색영장 근거자료 편집본 제출 명령

남창희
2022년 08월 19일 오후 1:46 업데이트: 2022년 08월 22일 오전 6:41

미국 법원이 ‘전직 대통령 압수수색’으로 논란을 일으킨 미 연방수사국(FBI)에 압수수색 영장 발부의 근거가 된 선서 진술서를 편집해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사건 관할법원인 플로리다 남부지방 연방법원(마이애미 연방법원)의 브루스 라인 판사는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을 압수수색한 FBI에 선서 진술서의 민감한 정보를 가린 편집본을 작성·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날 라인하트 판사는 법원 청사에서 열린 심리에서 선서 진술서 공개 여부를 놓고 공개를 요구하는 언론사 측 변호인단과 공개를 거부하는 법무부 측 변호인단이 참석한 가운데 양측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의견을 청취한 라인하트 판사는 법무부에 1주일의 기한을 주겠다며 선서 진술서 편집본을 오는 25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해당 편집본을 원본과 비교해, 수사에 미칠 파장 등을 검토한 뒤 공개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선서 진술서는 일반적으로 법정 소송에 제출되는 진술서로 선서를 거친 증언과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닌다.

수색 영장과 관련해 제출된 선서 진술서는 수색 영장을 발부해야 할 이유를 정리한 문서다. 담당 판사는 이를 근거로 수색 영장 발부를 승인 혹은 거부한다.

지난 8일 트럼프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해 앞서 5일 라인하트 판사는 선서 진술서를 검토해 영장을 승인한 바 있다.

이후 보수성향의 법조단체인 사법감시단(Jdical Watch)이 압수수색의 정당성을 확인해야 하겠다며 수색 영장 및 관련 문건의 공개를 청구했고 법무부와 트럼프 측 모두 이에 동의하면서 라인하트 판사의 승인하에 영장과 압수 문건 목록이 공개됐다.

공개된 영장에 따르면 FBI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기밀문서 파기, 변경 또는 위조를 금지하는 ‘대통령기록물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문건들에 대해 이미 기밀을 해제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은 기밀정보 취급 최고 책임자로서 기밀을 해제할 권한이 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FBI가 여권 3개도 압수했다며 반환을 요청했다. 여권 3개는 FBI가 발표한 압수수색 목록에는 기재돼 있지 않았으나, FBI는 여권 3개를 압수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곧 이를 반환했다.

여권 압수와 반납 소동은 FBI가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정보를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는 의혹을 촉발했다.

이 사건을 추적하는 언론사들은 곧 압수수색 영장 발부의 근거 자료의 공개를 청구했고, FBI가 ‘불필요한 압수수색을 벌이며 일종의 ‘정치적 쇼’를 벌였다며 반격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해당 문건의 공개를 요구하며 법무부와 FBI를 압박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 소재 마러라고 리조트. 2022.3.22 | 로이터=연합뉴스

미 법무부 “진술서 공개, 국가안보 저해” 반발

법무부 측 대표로 나선 제이 브랫 검사는 이번 수사가 국가안보와 관련됐다고 주장하며 진행 중인 수사에 관한 선서 진술서를 공개하면 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랫 검사는 “이번 사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고려해 수사 중인 사건의 영장 공개라는 전례 없는 조치를 이미 취했다”며 선서 진술서 공개는 과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한 “진술서를 공개하려면 너무 많은 정보를 편집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정보는 거의 남지 않을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에 라인하트 판사가 “첫 페이지 첫 글자만 빼고 모두 편집한다면 정부에 해가 없지 않겠나”라고 묻자 “그렇게 공개된 정보는 정부에 부담만 줄 뿐 (정보 공개를 청구한) 언론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브랫 검사는 답했다.

반면, 선서 진술서 공개를 청구한 언론사 측 변호인단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은 강력하고 전례 없는 공익적 문제와 관련됐다”며 “FBI의 마러라고 습격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 집행 사건의 하나”라고 밝혔다.

언론사 측 척 토빈 변호사는 “정부가 선서 진술서를 편집하는 일이 어렵더라도 그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라인하트 판사가 “영장을 승인하기 전 검토한 모든 정보가 그 진술서에 있었다”며 “일부 정보는 너무 민감해 법원은 정부 편을 들 수도 있다”고 말하자, 토빈 변호사는 “당신은 국민을 위해 그 자리에 서 있다”고 정중하게 대답했다.

심리를 마치고 라인하트 판사는 서면 명령에서 “현재까지 기록을 검토한 결과, 정부는 진술서 전체를 봉인해야 할 부담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편집본 작성을 지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인 크리스티나 밥 변호사도 이날 심리에 참석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주장도 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측은 진술서를 편집 없이 원문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대변인 테일러 부도위치는 판결 후 성명을 내고 “오늘 라인하트 판사는 미국인으로부터 진술서 전체를 숨기려는 법무부의 이기적 시도를 차단했다”며 환영했다.

성명은 이어 “하지만, 러시아 공모설 속임수에서 그랬던 것처럼 문서를 편집해 정부의 부패를 은폐하려는 민주당의 성향을 고려하면, 어떠한 편집도 없이 진술서 전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인하트 판사가 명령한 진술서 편집본 제출 마감 기한은 25일 낮 12시다. 판사는 편집 조치가 적절하다고 판단해 편집본을 공개하거나,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후 공개된 편집본에 대해 언론사가 항소해 재편집을 요청하거나 다른 요구사항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언론사 측 대리인 중 한 명인 디에나 슐만 변호사는 이번 사안이 완전히 해결되기까지 수주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 기사는 잭슨 엘리엇, 자카리 스티버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