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텍사스 ‘낙태금지법’ 막아달라는 소송 기각

하석원
2022년 04월 27일 오전 10:51 업데이트: 2022년 04월 27일 오전 10:51

미국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에 이의를 제기한 소송이 최근 기각됐다.

미국 제5 연방항소법원은 22일(현지시각) 전직 텍사스 민주당 상원의원 웬디 데이비스가 텍사스 낙태 금지법은 임신에 대한 주민들의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소송을 1심으로 환송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 집행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연방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텍사스는 임신 6주가 지나면 낙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낙태 금지법을 제정해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임신 6주째에는 태아의 심장 박동이 시작된다. 이 법은 심장 박동이 시작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에 ‘심장 박동법'(Heartbeat Bill)으로도 불린다.

이 법은 임신 6주가 지난 임신부에게 낙태 시술을 한 의료진·병원과 낙태 시술 과정에 도움을 준 이들까지 일반인 제3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 당국이 직접 단속을 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직접 감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시민들에게는 주 정부가 1만 달러의 보상금도 지급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주 정부에서 이 법을 집행하는 것에 대해 개입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낙태를 시술했거나 시술을 원하는 이들이 하급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데이비스 전 의원이 소송을 냈지만, 2심에서 환송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법 시행 이후 텍사스에서는 낙태가 크게 줄었다. 주(州) 보건부에 따르면 법 시행 전인 작년 8월 한 달간 낙태 건수는 5404건이었지만, 9월에는 2197건으로 약 60% 감소했다.

미국의 생명보호운동 단체인 프로라이프의 텍사스 지부 킴 슈워츠 대변인은 항소법원의 판결을 높게 평가했다. 슈워츠 대변인은 “텍사스의 심장 박동법 시행을 저지하려는 시도를 기각한 제5 연방항소법원 판결은 상식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을 제기했던 데이비스 전 민주당 의원은 “이 법은 텍사스인이 자신의 개인적 상황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임신에 대해 결정할 권리를 박탈했다”고 비난했다.

그녀는 또한 “텍사스는 법치주의에 뻔뻔하게 저항하고 있다”며 “낙태 지원단체와 활동가들이 텍사스의 낙태 희망자들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의원이 언급한 ‘법치주의’는 미국에서 범죄였던 낙태를 합법화하는 계기가 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는 이 판례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낙태 금지법을 제정했다.

미국에서는 텍사스가 처음 낙태 금지법을 시행한 이래 비슷한 법을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미시시피는 심각한 태아 기형이나 의료 응급상황을 제외하면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 ‘임신중지 금지법’을 제정했다.

주에서 제정한 법률은 해당 주에서만 적용된다. 텍사스 낙태 금지법은 모든 미국인을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낙태 지지자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낙태가 허용하는 캘리포니아 등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시시피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우회한 텍사스와 달리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방 대법원은 이 법의 적법성을 가려 올해 안에 판결을 내릴 예정인 가운데, 미시시피 법무부는 대법관들에게 ‘로 대 웨이드’ 판결 재심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