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법무부 ‘트럼프 영장 진술서’ 비공개 요청 기각

한동훈
2022년 08월 23일 오전 10:08 업데이트: 2022년 08월 23일 오전 11:04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의 근거 자료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법무부 요청을 기각했다.

마이애미 연방법원의 브루스 라인하트 판사는 22일(현지시간) 서면 명령에서 “정부(법무부)는 진술서의 일부만이라고 공개되면 안 된다는 주장의 근거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완전히 비공개로 해달라는 법무부 요청을 기각했다.

다만, 압수수색 영장 발부의 근거 자료가 된 ‘선서 진술서’를 완전히 공개하면 공익보다 수사에 미치는 피해가 더 크다는 법무부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편집본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라인하트 판사는 편집본 최종 공개 여부에 관해 법무부가 비공개 요청을 뒷받침할 추가적인 자료를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이날 심리에서 진술서가 공개되면 현재 진행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물론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과 증인을 보호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라인하트 판사는 “전직 대통령 자택에 대한 전례 없는 수색에 대한 국민적, 역사적 관심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정부는 이러한 행정상의 우려들이 봉인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FBI는 압수수색 영장을 승인받기 위해 영장을 발부해야 할 이유를 정리한 선서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판사는 이를 근거로 영장을 승인했다.

법무부 측 대리자인 제이 그랫 검사는 앞서 지난 18일 심리에서 진술서의 편집본을 제출하라는 판결이 내려지자 “실질적인 내용이 거의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2일 심리는 지난 18일 판결에 따라, 법무부가 진술서 편집본을 제출하면서 열리게 됐다. 법무부는 이번 압수수색이 이뤄지게 된 정보를 제공한 증인의 신원 등 민감한 정보를 대거 잘라내고서도 여전히 비공개를 요청한 것이다.

라인하트 판사는 이날 서면 명령에서 “현 시점에서 (진술서) 편집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의미 없는 공개가 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와 추가적인 논의 후에 궁극적으로 이러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헌법 수정 제1조와 관습법에 따르면, 미국 시민은 사법 절차와 기록을 볼 권리가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당사자들이 공익보다 다른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입증해 이를 제한할 수 있다.

법무부는 진술서 공개에 따른 수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입장이지만 비영리단체와 일부 언론, 공화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진술서 일부만이라도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단은 심리에서는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았으나, 공개성명을 통해 진술서를 손대지 말고 원문 그대로 전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미 진술서 원본과 편집본을 모두 검토한 바 있는 라인하트 판사는 진술서에 이번 압수수색을 하게 된 정보의 출처와 수색 방법 등이 담겨 있다며 이 정보가 일반에 공개돼선 안 된다는 법무부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관해 다양한 추측과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대중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편집본이라도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FBI가 지난 8일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내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을 압수수색해 1급 비밀문서 등 11건의 기밀문서를 회수한 사실이 법원의 압수수색 문건 목록 공개를 통해 드러났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관 중인 기밀문서들은 모두 기밀해제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통령은 기밀정보 관리 최고 책임자로서 기밀해제할 권한이 있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료이자 현재 에포크TV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인 캐시 파텔에 따르면 기밀해제는 서면이나 구두 선언으로 모두 가능하다.

한편 파텔은 FBI가 어떤 문서를 압수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러시아 게이트는 2016년 미국 대선 때 러시아가 트럼프 캠프를 도와줬다는 의혹을 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자신을 상대로 제기된 ‘러시아 게이트’가 날조된 음모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관련 증거를 수집했으며, 모든 미국인이 이 증거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 퇴임 직전 기밀해제해 보관해온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 이 기사는 자카리 스티버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