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애리조나 선거 상고심서 법적 입장 변경

한동훈
2021년 02월 20일 오후 12:23 업데이트: 2021년 02월 20일 오후 1:21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애리조나주 선거법(무결성 관련 조항)에 관한 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입장을 변경했다.

법무부는 애리조나주 선거법 제2조와 관련,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내놨던 입장을 부인했다. 이미 대법원에 제출한 소견서를 수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입장 번복은 법원 심리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애리조나주 선거법 제2조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석하느냐다.

이 조항은 “인종이나 색깔 (또는 소수 언어)에 의해 투표권을 부정 또는 축소하는 투표 관행을 금지”하며 이들(소수 그룹)에 대한 “정치적 절차가 동등하게 개방되지 않는 경우” 해당 조항 위반으로 판단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조항을 “헌법적 맥락에 비추어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제한적으로 이해해야 하며 광범위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 즉 고의적인 차별을 금지한 조항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고의적인 경우, 예컨대 유권자 개인 사정에 따라 주정부가 제공하는 투표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경우까지 확대 적용하면 투표의 무결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유권자가 거주지 이외 지역으로 떠나 있는 경우 ▲유권자가 질병 등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인데, 이 경우에 적법한 대리인 지정 절차 없이 가족·간병인·우편배달원 심지어 선거공무원이 투표지를 대신 받아다 투표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 조항을 광범위하게 해석할 것을 주장한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지난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여러 주에서 무제한적인 투표용지 신청을 허용하고, 타지역 거주 유권자에게도 우편투표를 개방하도록 선거 규정을 고치려 했다.

이를 위해 선거의 공정성과 무결성을 지킬 목적으로 각 주정부에서 설치한 ‘보호장치’, 즉 우편투표 확대를 제약하는 등의 규정을 완화하려 했다.

이에 애리조나주 전직 법무장관(검찰총장)인 마크 브르노비치와 공화당은 이의를 제기하며 민주당 전국위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대법원은 작년 10월 2일 원고들의 소견을 청취하겠다고 했으나, 청취를 11월 3일 선거일 이후로 미뤘고 최근에야 청취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또한 두 사건을 하나로 통합했다.

1심에서는 연방 지방법원이 공화당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민주당은 항소했고, 항소법원은 1심 재판부 판결을 인용했다가 전원 합의 단계에서 이를 번복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됐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소견서는 브르노비치 전 법무장관과 공화당 측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제출됐다.

민주당의 선거규정 개정 시도는 애리조나주에서는 공화당 측의 이의 제기로 저지돼 작년 선거 전 무산됐다. 즉 애리조나주에서는 민주당이 요구하던 선거 무결성 완화 조치 없이 투표가 진행됐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거구에서 투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약 20개 주는 투표용지 대리 신청, 투표지 수거 및 투표 대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법에서는 다른 사람이 기표 완료한 표를 수거해 대신 전달하는 행위를 중죄로 규정해 15만 달러의 벌금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