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국경위기 인정 거부…불법 입국 심각성은 시인

이은주
2021년 03월 16일 오전 10:25 업데이트: 2021년 03월 16일 오후 2:26

미국 백악관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불법 입국에 대해 “큰 문제”라고 논평했다.

텍사스 등 남부 국경지대에서 불법 입국이 급증해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백악관이 이를 처음으로 시인한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확실히 그 숫자(불법 입국자의 수)는 막대하다(enormous)”며 “이는 큰 도전”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키 대변인은 ‘국경 위기’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녀는 “미국-멕시코 국경은 개방하지 않는다”고 거듭 말했다.

중미 캐러밴이 미국 입국을 기대하며 몰려드는 상황에서, 국경이 열린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는 발언이었다.

사키 대변인은 또한 보호자 미동반 아동 밀입국자를 수용하기 위한 시설 추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미동반 아동 밀입국자를 의료, 교육, 정신 건강, 법률 자원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시설로 이송하기 위한 추가 시설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그것(밀입국자 급증)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면서 “해결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보건복지부 산하 시설의 수용 능력을 확대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며 “세관국경보호국 국경 시설에 구금 중인 이민자 아동을 이동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국경 수용 시설에 구금된 아동들은 보건복지부 관할 시설로 옮겨지게 된다. 그러나 미성년 밀입국자가 급증하면서 복지부 시설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하자 CDC가 수용 인원 제한을 완화한 것이다.

사키 대변인은 행정부가 보건복지부, 난민정착지원실, 세관국경보호국 등 기관과 협력해 미성년 밀입국자의 신원, 가족관계 등의 확인 업무를 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경 수용시설 중 어떤 것도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며 그들이 가능한 한 빨리 대피처로 옮겨 집으로 들어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국경 업무를 돕고 있다며 “아동들이 더 빨리 복지부 시설로 이동해 가족과 재결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난관리청은 통상 산불,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지원 활동을 하는 연방 기관이다. 그러나 국토 안보 재난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위기를 관리·감독하기도 한다.

사키 대변인은 ‘재난관리청의 투입은 밀입국자 급증이 재난 상황이라고 인정한다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세관국경보호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남서부 국경에서 약 10만441명이 불법 입국을 시도했다. 이는 한 달 전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전년 동기 3만 6687명과 비교해 봐도 3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동반 아동과 미성년 밀입국자는 2만9792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2세 미만 아동은 2942명, 13~17세 미성년자는 2만6860명이었다.

이에 국토안보부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앞으로 90일간 국경 지역에서 아동 입국자 수용·보호·수송 등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연방재난관리청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부 장관은 “(재난관리청은) 물리적 수용 능력을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토부와 통합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밀입국 급증 사태를 ‘문제’로 인정하는 한편, “해체되고 실행 불가능한 시스템”을 물려받았다며 이를 전임 정부의 탓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