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멕시코 국경 지대서 펜타닐 밀수 급증…전년 대비 360%

하석원
2021년 03월 14일 오후 2:32 업데이트: 2021년 03월 14일 오후 2:32

멕시코 국경을 통한 마약류의 미국 밀수가 최근 급증해 국경 위기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지표가 되고 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최근 5개월간 남부 국경에서 압수된 펜타닐 양이 전년도(회계연도 기준) 전체 압수량을 넘어섰다.

트로이 밀러 청장대행은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2200kg 이상의 펜타닐을 압수했다”며 “지난해 이맘때에 비하면 360%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밀러 대행은 “미 전역에서 마약 압수량은 2월 들어 전월 대비 50% 증가했다”며 종류별로는 코카인 13%, 필로폰 40%, 헤로인 48% 등 모두 늘어났다고 전했다.

펜타닐은 모르핀의 80배, 헤로인의 100배 진통 효과를 지닌 마약성 약물로, 암 환자를 위한 진통제로 개발됐지만, 중독성이 강하고 값이 싸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의료당국은 매년 2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 중독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mg만 체내에 들어가도 치명적일 수 있어, 물 중독 사망률이 증가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펜타닐은 멕시코 범죄조직이 중국으로부터 화학물질을 공급받아 멕시코에서 제조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중국 조직들이 직접 미국으로 밀반입하기도 하지만, 트럼프 재임 시절 강력한 대응으로 중국발 펜타닐 유입 추세는 크게 위축됐다.

그런데 이번 CBP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올해 2월 멕시코에서 남부 국경을 통해 밀반입되는 양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멕시코발 펜타닐은 가짜 진통제로 위조돼 일반 약국이나 편의점에서도 유통되고 있어 미 마약단속국(DEA)에서도 추적하고 있다.

데렉 말츠 전 마약단속국 특수작전본부장은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카르텔들이 이 독극물의 유통을 장악하고 있다. 이는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위기가 계속 고조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위조 알약으로 어린아이를 잃은 부모들을 자주 만나왔다. 이 모든 것은 멕시코에서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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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내 합성 오피오이드(메타돈 이외)를 포함한 약물 남용 사망자수 추이 | 미 마약단속국 2021 보고서

텍사스에서 불법 체류자들로 가장 붐비는 ‘리오 그란데 벨리’ 지역의 약 109km 국경 순찰을 담당하는 국경순찰대 전직 부대장 라울 오비츠는 “밀반입되는 약물의 10%도 잡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지역은 지난 2019년에는 미국 내 135개 마약단속반이 가장 바빴던 지역으로 이제는 밀려드는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국경 문제 전문가들은 불법 이민이 급증하면서 국경순찰대의 업무에도 어려움이 가중돼 마약 압수량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순찰대가 마약 단속보다는 대규모 불법 이민자를 처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경 지역 고속도로 검문소 인력들 역시 불법 이민자 처리 업무에 동원되면서 많은 검문소가 문을 닫는 실정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 급진 진보주의자들은 “국경 위기는 없다”며 이 같은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국경 지역에 몰린 사람들에게 “불법 입국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하고 있으나, 지난 2월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자들의 숫자는 10만 명을 넘어서면서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멕시코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과 국경 지역에서의 불법 이민과 인신매매 등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는 이유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바이든과 화상회의 후 “불법 이민자들은 바이든을 이주 대통령으로 보고 있다. 많은 이들이 미국에 도착할 것으로 느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말츠 전 미 마약단속국 특수작전본부장은 “이는 현실이다. 전 세계 사람들은 바이든을 이민 문제에서 무른 사람으로 보고 있다”며 “국경 개방은 재앙이다. 미국으로의 마약 밀수만 자유롭게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더 심각한 것은 카르텔이 미국에서 더 많은 조직원을 확보하고 더 많은 보관창고, 유통지점, 자금징수원을 세울 수 있게 해 활개 치게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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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멕시코 카르텔의 주요 활동 지역 | 미 마약단속국 2021 보고서

말츠 전 본부장에 따르면, 멕시코 카르텔은 미국 남부와 멕시코 국경을 장악하고 불법 입국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누구든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면 카르텔에 돈을 내야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럴 여유가 없기에 일단 미국에 밀입국한 뒤 카르텔과 고용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또한 페스트푸드점에 취직하는 것보다 국제 범죄에 가담하는 게 더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참가하는 이들도 있다.

말츠 전 본부장은 “이 일은 트럼프 때 시작된 것이 아니다. 오바마 때도 아니고 조지 부시 때 시작된 것도 아니다. 이 마약 위기는 오랫동안 높아져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이 나라 역사상 본 적이 없는 수준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