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관 후보자 “대법원 정치화 반대”…12일 상원 청문회

잭 필립스
2020년 10월 12일 오전 10:22 업데이트: 2020년 10월 12일 오전 10: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가 12일(현지 시각)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배럿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대법원 정치화에 반대 입장을 표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청문회에 앞서 공개된 배럿 후보자의 모두 발언 성명에 따르면 배럿 후보자는 고(故)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법 철학을 강조하고 자신의 법철학적 소신과 가치관을 밝힐 계획이다.

2016년 사망한 스캘리아 대법관은 법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헌법 원칙주의자로 알려졌다. 배럿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임신중절과 동성결혼을 반대해온 인물이다. 배럿 후보자는 스캘리아 대법관의 법률 서기관으로 일했다.

성명에서 배럿 후보자는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법 철학은 간단했다. 법관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것은 때때로 그가 원하지 않는 결과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우리의 생활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다”며 “정부의 정책 결정과 가치 판단은 국민이 선출한 정치인들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중은 법원이 그렇게 하기를 기대해선 안 되며, 법원도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7명의 자녀를 둔 배럿 후보자는 가족에 대한 가치관도 언급할 예정이다.

성명은 “나는 9인조 그룹, 즉 내 가족에 속해 있는 것에 익숙하다”며 “나에게 있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며, 내 뒤에 그들을 두고 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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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부부, 애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후보와 그의 자녀들이 대법관 지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또 판결과 관련해 “나는 사건 해결에 대한 의견을 쓸 때 패소한 측의 입장에서 한 글자씩 읽는다”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결정이 이치에 맞고 법에 근거한 것인지 자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모든 배경을 가진 미국인들이 헌법과 법률을 문자대로 해석하는 독립적인 연방대법원의 권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배럿 후보자는 청문회 이후 상원 임명동의 표결을 거쳐 대법관으로 임명된다. 공화당은 오는 11월 치러질 대선 전 인준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의 후임으로 배럿 제7 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선례를 거론하며 대선 전 인준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스캘리아 대법관이 타계해 후임으로 지명된 메릭 갈랜드(67·당시 지명자) 대법관의 인사 청문회를 공화당이 반대했고, 그로 인해 인준이 무산됐다.

민주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데 이어 백악관 내 감염자가 속출하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여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런 지적에 대해 “위험이 거의 없다”며 청문회를 예정대로 열 것이라고 밝혔다.

매코널 대표는 “인준 권한은 상원에 있다. 우리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지 알고 있다”면서 지난 5월부터 이 문제를 처리해 왔고, 성공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5월 법사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청문회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이번 청문회 역시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를 연방 대법관으로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