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차관 만찬에 TSMC 창업자 부른 대만 총통

연합뉴스
2020년 09월 19일 오후 6:50 업데이트: 2020년 09월 19일 오후 8:32

미, 반도체 생산 의존 TSMC에 큰 관심…”대단한 세팅”
차이잉원, ‘反화웨이’ 크라크에 “관계 촉진 공헌에 감사”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1979년 단교 후 대만을 방문한 미국 최고위급 국무부 관리인 키스 크라크 경제차관과의 만찬장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창업자를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TSMC는 미국 정부의 제재를 준수하고자 지난 15일부터 화웨이(華爲)와 거래를 끊었다. 차이 총통이 이런 TSMC 창업자를 ‘화웨이 퇴출’에 앞장서 온 크라크 차관과의 만찬장에 기업인 중 유일하게 참석시킨 것이다.

19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전날 밤 타이베이 총통 관저에서 진행된 크라크 차관 일행 환영 만찬에는 대만과 미국의 정부 관계자 외에 유일하게 TSMC 창업자인 장중머우(張忠謀) 전 회장이 초대받았다.

장 전 회장은 따로 차이 총통과 크라크 차관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크라크 차관(왼쪽), 장중머우 전 TSMC 회장(오른쪽)과 기념사진 찍는 차이잉원 총통 | 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대만 정부 관계자는 중앙통신사에 “각국 하이테크 산업 기업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장중머우를 미국 국무부 차관과 만찬에 초대한 것은 대단한 세팅”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화웨이 제재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특히 중국의 ‘아킬레스건’ 반도체 분야에서 집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설계 분야를 말하는 팹리스 분야에서는 부분적으로 세계 선두권에 근접하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를 가리지 않고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능력은 크게 부족한 상태다.

아울러 미국은 자국 첨단산업이 크게 의존하는 TSMC의 사업장 대부분이 유사시 중국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대만 내에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을 독려하고 있다.

여러모로 TSMC는 미국에 전략적으로 관심이 크게 가는 업체일 수밖에 없는데 차이 총통이 이런 TSMC 창업자와의 만남을 직접 주선하는 ‘선물’을 건넨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이 총통은 전날 만찬에서 40여년 만에 대만을 찾아온 최고위급 국무부 관리인 크라크 차관을 크게 환대했다.

차이 총통은 “크라크 차관 취임 이후 대만과 미국 관계를 촉진하는 데 앞장선 탁월한 공헌에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함께 노력해 계속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긍정적인 효과가 계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차관을 맞이하는 만찬에는 대만 측에서 구리슝(顧立雄) 국가안보회의 비서장, 선룽진(沈榮津)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 왕메이화(王美花) 경제부장 등 장관 이상급 고위 관리가 대거 참석했다.

지난 17일 대만에 도착한 크라크 차관 일행은 대만 측 여러 관리들을 만나 양측이 새로 열기로 합의한 고위급 ‘경제·상업 대화’ 개최 방안 등 다양한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19일 고(故)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에 대한 고별 추모 행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7월 30일 97세를 일기로 별세한 리 전 총통은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이 ‘대만 독립 세력의 수괴’라면서 강력히 비난하던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