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이란은 여전히 가장 큰 테러 지원국…대리전에 매년 10억 달러 지출

카타벨라 로버츠(Katabella Roberts)
2019년 11월 5일 오전 5:04 업데이트: 2019년 11월 6일 오후 10:31

미 국무부가 1일 발간한 ‘2018년 테러에 관한 국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여전히 세계 최악의 테러지원국이다. 이란과 이해관계를 같이하거나 이란의 영향력을 받는 제삼자들끼리 일으키는 ‘대리전’을 지원하는 데 매년 거의 1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이란 정부가 레바논의 시아파 운동인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근본주의 이슬람 단체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의 테러 음모도 이란의 특별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당국은 지난 1월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쿠드스군( Quds Force)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10명을 조사했다.

혁명수비대는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친미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린 혁명 세력이 창설한 군대로 육·해·공군과 특수부대 등으로 편제돼 있다. 이 중 해군은 세계 원유의 20%가 수송되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순찰하는 역할을 하고, 최정예 부대로 평가되는 쿠드스군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중동 내 테러 단체에 자금과 무기, 훈련을 제공하는 해외 작전을 수행한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 군대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여름 벨기에·프랑스·독일 당국은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열린 정치집회를 폭격하려는 이란의 음모를 저지했다. 10월에는 덴마크에서 암살을 계획한 혐의로 이란 공작원이 체포됐고, 12월에는 알바니아에서 테러 공격을 모의한 이란 관리 2명을 추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등 여러 나라의 분쟁지역에 전투기와 돈을 보내기 위해 알카에다가 이란에서 가동되는 네트워크를 운영하도록 계속 허용해 왔다.

알카에다는 9.11테러를 주동한 인물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이 조직한 이슬람 무장단체로 전 세계에 퍼져 활동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알카에다의 지역 조직은 소셜미디어와 가상 기술을 통해 기금을 조성하고 신병을 고무하는 것은 물론, 계속 대열을 넓히고 음모를 꾸미고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ISIS가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서로 연결된 조직망을 통해 국제적으로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음을 주목했다. 2018년 내내 테러 전술과 기술 활용이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대표적인 예로 ‘드론 테러’를 들 수 있다.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드론과 암호화된 통신이 발달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국제간 테러 대응 협력에 어려움이 추가됐다. 테러리스트들은 2018년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민간 항공 공격에 열중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작년 12월에 영국 개트윅 공항, 올해 1월 영국 히스로 공항, 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공항 그리고 3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드론 때문에 운항이 중단되는 등 항공기 운항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보고서는 테러조직의 존재가 진화하고 있지만,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2018년에 국제 테러조직들을 물리치고 격하시키기는 데 큰 진전을 이뤘다며 치적을 언급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IS가 차지했던 지역을 11만 km2를 되찾았고, 남성과 여성 및 아이들 약 770만 명을 ISIS의 잔혹한 통치에서 해방시켰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미국은 테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더 강력한 국제적 정치적 의지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나단 세일즈 대(對)테러 조정관은 1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고서를 발표하며 인종차별과 비윤리적 동기로 일어나는 테러에 경고했다.

세일즈 조정관은 “우리는 백인 우월주의자 및 인종차별이 동기가 돼 결성된 조직이나 네트워크가 범세계적으로 국경을 넘어 소통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 단체가 지하디스트(이슬람 근본주의 하의 무장 조직) 전임자로부터 돈을 모금·조달하는 능력, 신병을 모집해 급진적으로 훈련시키는 능력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이 같은 보도는 ISIS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사망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미 국무부는 국제 테러리즘 행위를 반복적으로 지원하는 국가를 ‘테러 지원국’으로 1979년부터 지정했으며, 이란은 1984년부터 지정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2019년 현재 이란, 북한, 시리아, 수단 공화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