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5가지 의제’…시진핑 대응은?

리무양(李沐陽)
2018년 11월 26일 오전 10:2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1

‘역대급’이라 불리우는 미중 간 대규모 무역전쟁이 4개월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우세가 뚜렷해지자 유럽연합(EU)은 “중국이 더 높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한 ‘2500억 달러(한화 약 283조125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 정책이 실행될 시 미국 내 회사와 소비자는 단지 4.5%의 관세만 떠안을 뿐이지만, 나머지 20.5%는 온전히 중국 생산업체의 몫이 된다.

무역전쟁서 더 높은 대가 지불하게 될 중국

EU 연구보고서의 저자 중 한 명인 가브리엘 필버마이르는 “관세는 외국 생산자와 국내 소비자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 종류의 세금”이라며 “미중 무역전에서 미국은 미국 관세 비용의 75%를 중국 생산자에게 확실히 떠 넘겨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은 대규모 관세를 통해 중국 제품의 대미(對美) 수출을 약 37% 감소시켰고, 대중(對中) 무역적자는 17% 줄였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는 184억 달러(한화 약 20조8380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정책을 통해 예상했던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이렇듯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아래, 이달 말 있을 미중정상회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G20의 미중정상회담이 과연 무역전쟁의 불씨를 꺼뜨리는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불씨를 더 키우는 ‘기름’이 될지 여부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페인 방문한 시진핑, 독일 방문한 류허

11월 21일 스페인 언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스페인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뉴스에 앞서 “시진핑이 29일 아르헨티나에서 트럼프를 만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와 동시에 “중국 류허(劉鶴) 부총리가 다음 주 독일을 방문할 것”이라는 뉴스도 등장했다. ‘미국의 소리(VOA)’는 “중국 지도부는 유럽 국가들과의 무역정책 협조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에 맞서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리커창(李克強) 중국 총리는 21일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개방을 확대하고, 소비 잠재력을 키우겠다”고 결정했다. 이 뉴스가 전해지면서 미중정상회담의 개최 시기 및 실제 개최 여부에 대해 외부 사회에서 여러 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 베이징 압박 총력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은 다시 중국을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11월 20일 오전,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 위원장은 폭스비즈니스(Fox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G20 정상회의가 (미중 무역갈등 해결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무역 협상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내리려하지 않았다.

커들로 위원장은 “다음 주 워싱턴에서 열릴 회담 계획이 무산될 경우, 미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적인 입장과 태도를 표명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중국과의 무역 문제로 직접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합의 달성에 여전히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잘 알려져 있듯 커들로 위원장은 트럼프 정부 내에서 ‘온건파’에 속하지만, 현재 그의 어조는 전혀 부드럽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경고적 성격을 띠고 있다. 커들로 위원장이 이러한 어조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최근 발표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 보고서가 있다. 해당 보고서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중국은 전혀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존보다 더 나빠졌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로이터 통신은 “USTR이 20일 발표한 보고서는 ‘중국은 여전히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이며 시장을 왜곡하는 무역관행을 끝내 바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은 인터넷을 통해 미국의 지식제품을 훔치는 행위를 계속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허가에 있어서도 차별적인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중국은 미국의 ‘수퍼 301조’ 조사 보고서에 대해 건설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미국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인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무역전쟁 초기에 보였던 소극적인 대응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스스로의 정책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국 내 강경파의 대표주자이다. 홍콩 매체 ‘경제일보(經濟日報)’는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미중정상회담 과정에서 무역문제에 관한 성과를 좌우할 핵심인물이라고 보았다.

여러 정황을 고려해볼 때,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파는 잠재적인 미중 합의를 위해 상당히 높은 기준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미중정상회담은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VOA는 “중국 무역을 향한 최근 미국 정부의 태도는 현재 양국 간의 긴장상태를 더욱 고조시켰고, 미중정상회담에 또 다시 먹구름이 끼었다”고 보도했다.

‘5대 의제’에 중점을 둔 미중정상회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직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미중정상회담은 ‘5대 의제’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펜스 부통령이 언급한 ‘5대 의제’에는 ‘관세장벽’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항행의 자유’ 그리고 ‘인권문제’가 포함된다.

이 5대 의제는 경제무역과 안보, 그리고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여겨진다. 홍콩 ‘경제일보’는 “각 의제들이 서로를 간섭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5가지 범위에서 모두 성과를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5가지 방면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의 양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게 이러한 양보는 그야말로 ‘항복’을 뜻한다. 특히 ‘지식재산권 침입’과 ‘인권문제’는 중국체제의 근본을 건드리는 의제이다.

미국이 ‘지식재산권 침해’에 단호하게 대응할 경우 중국의 ‘중국제조 2025’ 계획은 철저히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또한 ‘인권문제’는 중국공산당의 ‘난제’로서, 인권문제를 양보하라는 것은 통치와 정권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중국공산당은 민중의 권리를 박탈하고 억압하며 이익을 얻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조장하며 권력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중국공산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문제가 바로 ‘인권을 논하는 것’이고, 이는 곧 지도부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가장 쉽게 합의될 수 있는 문제는 경제무역에 관한 안건이다. 바로 이 때문에 중국 지도부는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중국 고위층은 여태까지 시장개방 확대, 관세장벽 축소,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을 여러 차례 공언해왔지만, 미국 측 관료들은 구두 약속이 아닌 ‘실질적인 이행방안’ 및 ‘구체적인 타임테이블’을 여러 차례 분명히 요구해왔다.

즉, 중국 당국은 오랜 시간 동안 큰소리만 쳤을 뿐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매번 세계무역 규정의 허점을 노려왔다. 이러한 배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홍콩 ‘경제일보’는 이번 미중정상회담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미중정상회담, 시진핑의 결정이 곧 ‘관건’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중국의 ‘잘못된 행동’은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역사상 유례없는 도전’”이라고 밝혔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규정 파괴에 대한 WTO의 처벌이 너무 가볍다”고 지적하며 “중국을 WTO에서 축출(evicting)시켜야 한다”는 제안을 다시 한 번 제기했다. BBC는 “미국 정부의 고위층 인사가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태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임자들보다 더 자신만만하고 공격적인 태도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중국 시사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G20 미중정상회담은 미국이 중국에 공을 넘긴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만약 중국이 이 기회를 잡는다면 무역전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게도 행운일 것이다. 그러나 기회를 잡으려면 중국은 보다 큰 결정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큰일을 하려는 사람에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탕징위안 평론가는 “만약 중국이 이 기회를 놓치면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에는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뜻의 ‘이 마을을 지나면 묵을 곳이 없다(過了這個村 沒有這個店)’라는 말이 있다. 이제 모든 것이 시진핑 주석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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