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사이에 끼인 소프트뱅크 ‘얼굴인식’ 사업

한동훈
2022년 07월 12일 오후 3:48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2:20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가 마스터카드, 비자 같은 미국 초거대 기업의 얼굴인식 시스템 구축 사업을 연거푸 따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사업이 확장될수록 모기업인 소프트뱅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 회사가 사용하는 얼굴인식 시스템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 기술을 이용하고 있어서다.

‘재팬 컴퓨터 비전'(JCV)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꿈꾸던 신사업 분야의 우수 사례로 평가된다. 소프트뱅크의 다른 사업들도 JCV의 성장에 힘입어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손 회장이 기술 분야에서 늘 강조해오던 핵심 요소다.

문제는 JCV의 안면인식 시스템에 중국 업체 ‘센스타임(SenseTime)’ 기술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미 MIT 졸업생인 샤오우 탕 박사 등이 설립한 센스타임은 인공지능(AI) 딥러닝을 이용한 화상인식, 얼굴인식 전문 기업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19년 10월 센스타임을 중국 감시장비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등과 함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중국 공산당 정권의 인권 탄압을 지원한다는 이유에서다.

통신은 JCV가 센스타임의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늘릴수록 점점 위험에 가까워질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개의 주요 시장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려는 소프트뱅크의 모습을 외줄타기에 비유했다.

손 회장은 지난달 소프트뱅크 그룹이 중국 정부의 규제와 관련해, 중국 시장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JCV는 기술 제공자인 센스타임과 서비스 이용자인 마스터카드, 비자 같은 기업 사이에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센스타임은 마스터카드, 비자의 시스템이나 데이터에 액세스할 수 없는 파트너사라고 밝혔다.

마스터카드는 모든 생체인식 결제 프로그램 협력사에 “유럽연합의 데이터 보호 표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얼굴인식 기술은 보안성과 편의성을 내세우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당국의 규제 움직임과 이용자 사생활 침해 우려도 존재한다.

중국 센스타임은 로이터통신에 JCV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사내에 자체 윤리위원회를 설립하고 얼굴인식 기술의 윤리적 사용 지침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JCV는 제3자인 이스라엘 보안 스타트업 기업 CYE에 데이터 유출 위험 등 보안성을 감사받았으며 사용자에게 얼굴인식 시스템 사용 취소 등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JCV, 일본서 매일 1백만 명 얼굴 스캐닝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센스타임을 블랙리스트에 등록했음에도, JCV가 제재를 위반했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의 블랙리스트 등록이 중국 기업들의 기술 확장을 저지하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JCV의 체온 측정기는 일본 내 유니클로와 소매유통점 이온(Aeon) 매장 등에 총 2만 개 설치돼 매일 1백만 명 이상의 얼굴을 스캔하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의류업체 ‘패스트 리테일링’사는 체온 측정기가 캡처한 이용자 얼굴인식 정보를 저장하거나 전송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체온 측정기의 핵심은 센스타임이 제공하는 얼굴인식 알고리즘이다. 센스타임 알고리즘은 마스크나 손 등으로 얼굴을 부분적으로 가리더라도, 이용자의 얼굴을 식별하는 능력이 타사 제품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센스타임 알고리즘은 또 200개가 넘는 얼굴 부위와 그 사이의 거리를 분석해 일종의 디지털 키를 만들고, JCV는 사용자마다 고유한 전자서명을 클라우드에 등록해 얼굴만으로 결제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JCV는 타사 제품의 기술력이 향상되고 있으며 2~3년 후에는 센스타임 알고리즘을 다른 업체의 알고리즘으로 대체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얼굴인식 기술은 그 상업적 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개인 맞춤형 추적 광고에서부터 음식 주문 시 추천 메뉴를 보여주거나 택시 탑승 시 목적지를 제안하는 등 현 수준보다 한층 심화한 개별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사용에 대해 사생활 정보가 더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소비자들도 적잖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 클리어뷰 AI는 얼굴 일치 확인 프로그램을 시험하며 온라인 이미지를 무단 수집한 사실이 적발돼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벌금형을 받았고, 호수 소비자 보호단체는 공격적인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며 프렌차이즈 3개 사를 규제 당국에 고발했다고 전했다.

* 이 기사는 로이터 통신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