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민들이 시위 나가기 전 팔에 혈액형과 전화번호를 쓰는 이유

김우성
2021년 02월 25일 오전 11:0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12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총파업 시위에 앞서 참가자들은 용기와 각오를 팔에 새겼다.

22일(현지 시간) 현지 SNS에는 미얀마 전역에서 열린 ‘22222(2021년 2월 22일을 의미) 총파업’ 시위 참여자들이 팔에 혈액형과 전화번호를 쓴 모습이 다수 올라왔다.

한 시위 참가자의 팔에서는 ‘엄마 사랑해(Love you Mom)’이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또 시위에 나서는 아들의 팔에 직접 혈액형과 자신의 번호를 적는 어머니의 모습이 올라오기도 했다.

‘엄마 사랑해(Love you Mom)’이라는 문구를 쓴 참가자 / 트위터

[좌] 어머니가 시위에 참가하는 아들의 팔에 혈액형과 긴급연락처를 적고 있다, [우] 시위에 앞서 혈액형과 긴급연락처를 팔에 쓴 참가자들 / 트위터
폭력 진압으로 다치거나 긴급 수혈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이 같은 문구를 팔에 남긴 것.

실제로 지난 20일 군경의 무차별 발포로 10대 소년을 포함해 2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지난 1일 쿠데타 이후 20여 일째 이어진 시위 과정에서 군경의 총격에 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치는 등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팔에 쓴 문구는 부상은 물론,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각오까지 해야 한다는 시위 참여자들의 각오와 비장함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시위에 참석한 한 32세 남성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양곤에서는 언제든 시위하다가 죽을 수 있다”며 “하지만 군인들이 시위대에 실탄을 쏠 준비가 됐더라도 해야 할 일을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시위가 계속 이어지자 군부는 총파업에 앞서 유혈 진압을 암시하는 경고를 보냈다.

지난 21일 밤 군정 최고 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는 국영 MR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시위대가 폭동과 무정부 상태를 선포했다”며 “특히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10대와 젊은 층을 인명 피해(the loss of life)가 예상되는 대립의 길로 자극하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한편 ‘22222 총파업’이라는 이름은 1988년 8월 8일 미얀마에서 벌어진 민주화 투쟁 ’8888항쟁’을 본뜬 것이다.

당시 랭군(옛 수도, 지금의 양곤)에서 학생·승려·근로자·가정주부 등 10만여 명이 군사 정권에 맞서 벌인 시위로, 정부군이 총을 쏴 3000여 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