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주, 트렌스젠더 학생의 여성 스포츠 출전 금지

한동훈
2021년 03월 13일 오후 6:55 업데이트: 2021년 03월 14일 오후 1:06

미시시피 주지사가 트렌스젠더 선수들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테이트 리브스 주지사는 11일(현지시각) 생물학적으로 남성이지만 자신이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성전환자(트렌스젠더) 선수들이 대학 등 학교에서 여성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시시피주는 미국에서 트렌스젠더의 여성 스포츠 경기 출전을 금지한 첫 번째 주가 됐다. 앞서 지난해 아이다호에서 비슷한 법안을 추진했으나 연방법원에 의해 좌절된 바 있다.

‘미시시피 공정 법안’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지난달 상원을 찬성 34대 반대 9로 통과했으며, 지난 3일 주의회 하원은 찬성 81대 반대 28로 가볍게 통과했다.

리브스 주지사는 이날 법안에 서명하면서 “어린 소녀들이 공립학교 스포츠에서 정정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제 딸들을 포함해 미시시피의 모든 딸들에게 그들의 권리를 위해 싸울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리브스 주지사는 전했다.

다른 법적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경우, 이 법안은 7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 법안은 주내 모든 고등학교와 전미대학체육협회(NCAA)에 속한 모든 대학 스포트팀에서 생물학적 성별에 근거해 남녀 스포츠경기를 치르도록 하며, 남성으로 태어난 선수가 여성팀에 합류하지 못하도록 한다.

또한 트렌스젠더의 경기 참가로 인해 역차별을 당하거나, 학교 측의 관련법 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선수는 학교에 대해 가처분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에서는 남녀 간의 본질적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남성으로 태어난 트렌스젠더 선수가 생물학적인 여성 선수보다 경쟁에서 신체적으로 유리하다는 설명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렌스젠더 운동선수의 경기 출전을 놓고 주마다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10여 개 이상 주에서는 트렌스젠더 운동선수의 출전을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다.

자신이 여성이라고 주장만 하면, 남성이 성전환 수술을 받거나 호르몬 요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대로 여성 스포츠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성전환 수술이나 호르몬 요법을 받아야만 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주도 있다.

그러나 미시시피주의 이번 법안에서는 호르몬 요법 등을 받더라도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음을 분명히했다.

법안에서는 그 근거로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이 호르몬 치료를 12개월 받고 이후 호르몬제를 복용하더라도 여성 선수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최신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한편,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가들은 이날 비난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여성 스포츠의 공정성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미국의 대표적 ‘정치적 올바름(PC)’ 추진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미시시피 지부는 “이 법안은 모든 공공생활에서 트렌스젠더들을 지우고 참여에서 배제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시시피주를 포함해 미국에서는 약 20개 주에서 트렌스젠더의 여성 스포츠나 여성 활동 분야 진입을 제한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 1월 21일 “아이들이 화장실, 라커룸, 학교 스포츠에 대한 접근이 거부당할 걱정 없이 배울 수 있어야 한다”며 ‘성 지향과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 인해 일부 주의 학교 현장에서는 남성 트렌스젠더의 여성 화장실 출입을 막을 수 없게 됐고 그 반대도 허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