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대학, ‘의사표현의 자유’ 제약 되돌리기로 소송 합의

매튜 베이덤
2019년 11월 8일 오전 11:12 업데이트: 2019년 11월 9일 오후 7:58

미시간 대학교가 학생들의 ‘의사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를 억압하고 있다는 혐의로 피소된 사건이 소송을 제기한 단체와 합의점에 도달했다.

‘편견이 섞인 언어 표현을 쓰지 말자’는 신념으로 추진된 사회적 운동인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캠퍼스 내 학생들의 언론 자유를 위축시켰다는 판결을 받은 사례다. 차별적인 의미가 있어 보이는 언어를 억지로 고치려다 보니 직관 및 사실 표현과 멀어진다는 등 근래에 정치적 올바름 운동에 대해 비판하는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사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대학에만 연방정부 교육 기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번 합의는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국가 기관에서 사상이나 이념이 자유롭지 못하고 편협하게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보수주의자들은 자유 언론의 보루였던 대학이 반대 의견을 낼 수 없고, 독자적인 사고를 억누르는 극좌 사상의 온상이 됐다고 말한다.

보다 심각한 것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규정해 논 ‘캠퍼스 언어 코드’(campus speech codes)에 반할 때, 학교 측의 집행 기구에 의해 제재를 받으므로 아무런 항변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부조리한 심판대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표현자유권 옹호단체 ‘스피치 퍼스트’(Speech First)가 미시간 대학교를 상대로 2018년 5월 8일 연방법원 미시간 동부지원에 익명의 학생 3명을 대표로 소장을 제출했다.

학교 측이 오래전부터 학생들의 책임 위반을 단속하기 위해 마련한 ‘혐오범죄 대응팀’(BRT: Bias Response Team)이 놀라울 정도로 학생들의 언어 표현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는 혐의다.

학생들은 집행 기구의 징계 규정이 발언권을 위축시켰기 때문에 총기 소지의 권리, 이민정책, 낙태, 복지 제도, 성 정체성 및 성차별 등 정당한 토론 주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아예 상실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미시간 대학의 캠퍼스 언어 코드에는 ‘희롱’(harassment)과 ‘따돌림’(bullying) 이라는 단어가 올라있다. 만약 어느 학생이 ‘금지어’에 오른 단어를 편향적 의도에서 언급했다면 처벌을 받게 된다. 스피치 퍼스트는 소장에서 “미시간 대학이 ‘희롱’이라는 단어에 위협 또는 비하하는 의미를 내포한 ‘부정적인 관심의 행위’로 정의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매우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스피치 퍼스트는 2017년 4월부터 BRT가 포스터, 전단, 소셜미디어, 화이트보드 및 강의실 내에서 학생들의 의사 개진 및 행동 표현과 관련해 150건 이상의 ‘편향적 표현’을 고발했다고 제기했다.

이 사건을 처음 심리한 법원은 학교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낸 스피치 퍼스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정당한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으나, 6번째 항소법원 배심원단에 의해 올해 9월 23일 판결을 뒤집고 추가 심리를 위해 사건을 하급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양측은 심리를 다시 여는 대신 사건을 기각하고 소송비용을 각각 부담하기로 합의했으나, 미시간 대학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비용도 부담하지 않았다. 긴 절차를 밟은 후 최종 합의문서가 지난 달 28일 하급법원에 제출됐다.

합의문에 따라 교내 의사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고 ‘처벌과 협박’이라는 암묵적인 위협을 가했던 미시간 대학의 BRT 기구를 폐지하고 다시 복귀시키지 않기로 했으며, 캠퍼스 풍토 지원 센터(CCS: Campus Climate Support)가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CCS는 징계 기구가 아니며 규율을 부과할 수 없고, 대학 구성원의 원활한 소통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미시간 지역 매체 MLive에 따르면 스피치 퍼스트 니콜 닐리 대표는 “이번 승리는, 너무 두렵고 위축돼 의견을 말할 수 없었던 대학생들에게 드디어 언론의 자유를 안겨주고 진정한 학문적 담론을 펼치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만족했다.

코넬 대학교 대학원의 임상 법학 윌리엄 A 제이콥슨 교수는 BRT에 대해 “종종 고발인이 느끼는 감정에 따라 모호한 기준을 적용한다. 정당한 절차가 거의 없이 과정이 불투명하며, 그 결과  진실을 찾기 보다는 캠퍼스가 받아들인 정치적 올바름을 따른다”고 평가했다.

한편, 스피치 퍼스트는 텍사스대학과 일리노이대학을 상대로 학생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동일한 혐의로 제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