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손들어준 법원…“투표지 서명 확인 지침은 무효”

이은주
2021년 03월 18일 오전 10:50 업데이트: 2021년 03월 18일 오전 11:03

미국 미시간주 법원이 지난해 10월 조슬린 벤슨 주무장관이 내린 투표지 서명 확인과 관련한 지침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미시간주 청구재판소의 크리스토퍼 머레이 수석판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벤슨 장관이 발표한 투표지 서명 일치 확인 지침이 미시건주의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머레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행정절차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규칙은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지역 공화당과 얼레간 카운티의 한 선거 사무원은 벤슨 장관과 조나단 브레이터 미시간주 선거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벤슨 장관이 발표한 지침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당국이 유권자가 투표 신청서에 쓴 서명과 우편투표 봉투에 적힌 서명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감사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앞서 벤슨 장관은 지난해 10월 ‘부재자 투표 처리: 서명 확인과 유권자 통지 기준’ 지침을 발표했다. 

조슬린 벤슨 조지아주 국무장관. 2020.8.20 | DNCC via Getty Images

지침에 따르면 선거 사무원은 유권자가 투표를 신청할 때 쓴 서명 또는 투표 봉투에 적힌 서명이 본인이 한 ’진짜’ 서명이라는 가정하에 서명 확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관련 서류에 기재된 서명의 형태가 “중요하고 명확한(significant and obvious)” 정도로 다를 경우에만 “의심스럽다고 간주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가능하다면 유효표로 간주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었다. 

이에 대해 머레이 판사는 “주 선거법 어디에도 서명이 유효하다고 추정하도록 명시하지 않았으며, 입법부(주 의회)는 투표 신청서 또는 봉투에 기재된 서명과 파일의 서명을 대조해 결함을 상쇄할 만한 특징이 있기만 하면 받아들이도록 요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정부가 지침을 공표하기 전 적절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시간주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주정부는 지침을 개발하기 위해 신청, 공지, 파급효과 분석, 공청회, 입법 서비스국의 승인, 행정규칙 관련 합동위원회의 승인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절차는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머레이 판사는 이어 “서명의 유효성에 유리한 쪽으로 기운 이번 지침과 같은 정책 결정은 행정절차법이나 주 의회에 의해 적절히 공포된 규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감사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는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은 서명 일치 절차가 아닌, 선거 결과에 대한 감사를 말한다는 것이다. 또한 관련 법령은 주무장관에게 선거 감사를 위한 절차를 규정하고, 이 규정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도록 요구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판결이 나오자 미시간주 하원 감독위원장을 맡았던 매트 홀 의원(공화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전했다. 

홀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법원이 벤슨 주무장관의 법률 제정 시도, 즉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 기쁘다”며 “이는 주무장관의 역할이 아니며 존중돼야 할 분명한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주정부가 선거 절차를 위헌적으로 변경하고 투표 무결성 조치를 완화함으로써 부정선거를 촉발했다고 주장해왔다. 헌법은 주정부가 아닌 주의회에 해당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서 “민주당은 중국 바이러스를 주의회 승인 없이 선거 규칙을 변경하기 위한 구실로 사용한다”며 “이는 불법이고,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허위 주장”이라면서 트럼프·공화당이 제기한 대선 부정선거 소송이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예외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주무장관 언론 담당 비서는 판결에 관한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현재로선 논평할 사항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