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불법 촬영에 中대학 연루…‘스파이 양성 학교’ 의혹

윤슬이 기자
2019년 02월 15일 오전 10:36 업데이트: 2023년 01월 3일 오전 9:40

최근 미국과 호주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이 군사기지를 몰래 촬영한 사건과 회사 기밀을 유출해 빼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두 사건의 관련자는 모두 중국의 군사학원인 산시(山西) 중베이대학(中北大學) 학생인 것으로 밝혀져 이 학교는 간첩 양성기지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중국 전(前) 해군 정보원은 “중국 공산당이 유학생들을 통해 해외에 ‘제비(燕子)’라는 이름의 스파이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美 해군기지 불법 촬영 및 호주 회사 기밀 유출 사건

지난해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간 산시 중베이대학 학생 자오간리(趙幹利․20세)는 미국 군사 시설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지난 5일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해당 혐의로 받을 수 있는 최대 형량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자오는 지난해 9월 미국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Key West)에 있는 해군 비행장에 무단으로 침범해 사진을 찍었다가 붙잡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건물 주변 울타리에는 ‘통행금지구역’ ‘진입금지’라는 푯말이 있었지만 자오는 이를 무시하고 울타리를 우회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국가 기밀과 관련된 군사시설을 카메라와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키웨스트 해군항공기지는 해군이 입수한 첩보 영상을 가상현실(VR)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하루에 1000여 명의 용의자를 추적하는 곳으로, 미 해군은 이 시설을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정보융합센터’라고 칭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프리비컨은 “조사요원들은 자오가 미 군사기지에 진입할 때까지 미국 내 중국 정보원들과 연락을 취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고 보도했다.

더군다나 체포 당시 그의 비자는 이미 기한이 지났으며 비자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 보여 나이 조작 의혹까지 받고 있다.

또 하나는 호주에서 발생한 기밀 자료 유출 사건이다. 호주에 본사를 둔 국제금융관리회사 AMP에서 근무하던 정이(Zheng Yi․28세)씨는 회사 영업 비밀을 빼낸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AMP의 컴퓨터 시스템으로부터 여권과 운전면허 등 개인 신상자료를 포함해 20명의 고객들로부터 23건의 서류를 다운로드해 지난해 10월 그의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다음 달에 선고받을 예정이다.

두 사건 당사자 모두 산시 중베이대학 출신

미국 경제평론가 친평(秦鵬)씨는 정씨도 자오간리와 같은 산시 중베이대학 출신이라고 SNS에 폭로했다. 우연의 일치처럼 보이는 두 사건의 배경으로 인해 중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대학은 네티즌들의 궁금증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산시 중베이대학도 뤄양외국어학원과 같은 배경을 가진 학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년 전 허난(河南)성 뤄양(洛陽)시에 있는 중국인민해방군 외국어학원도 중국 간첩 양성기관으로 밝혀진 바 있다.

중공군과 내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계 양젠(楊健, 왼쪽) 뉴질랜드 의원. | 인터넷 사진

앞서 2017년에는 뉴질랜드의 국회의원 양젠(楊健)이 ‘중국 스파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를 받았으나 3년간 뤄양외국어학원에서 교육 받은 경력을 애써 숨기려 했다. 2015년에도 일본에서 뤄양외국어대학 출신 스파이가 체포됐다.

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천융린(陳用林) 전(前) 서기관은 중국 공산당의 대외 침투와 확장전략을 여러 차례 언론에 공개했다. 그는 두 사건의 배경에 있는 중베이대학을 ‘전문 스파이 양성학교’로 지목했다.

실제로 산시 중베이대학의 홈페이지는 국방과학기술산업국(SASTIND), 무기장비정보망, 병기공업집단, 병기설비집단 등 사이트와 연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해 10월 ‘이국채화, 중화양밀(異國采花 中華釀蜜·남의 나라 꽃을 따서 중국 꿀 만들기)’ 전략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해 최근 중국 유학생들이 서방국가에서 군사기술을 약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는 2500명의 중공군 해외파견자 중 300명이 호주로 건너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일했으며 17명은 군 출신이라는 신분을 숨겼다고 밝혔다.

유학생 스파이 파견… 탄로 나면 ‘토사구팽’

뉴욕 거주 중인 야오청(姚誠) 전(前) 중공군 해군사령부 중령. | 스핑/에포크타임스

미국에 체류 중인 야오청(姚誠) 전(前) 중공군 해군사령부 중령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자오간리의 소행은 의심할 여지 없는 간첩 행위“라며 ”중국의 정보기관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부서는 국가교육위원회인데, 특히 국비 유학생은 모두 간첩 임무를 띠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유학생을 파견해 해외에서 ‘제비’라는 이름의 스파이 프로그램을 전개하는 상황도 밝혔다. ‘제비처럼 해외로 날아가 정보를 물어온다’는 의미다.

야오청은 “1992년 중국의 전군 개편 이후 많은 군사대학이 지방 대학의 간판을 내걸었지만 사실은 갈수록 간첩 학교로 강화되고 있으며 주로 군사기술을 빼돌려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목숨을 걸고 스파이 활동을 하는 젊은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발각돼 처벌받을 경우 중국 공산당에게 ‘토사구팽’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야오청은 “자신이 바로 본보기”라며 “본인도 충칭의 한 비밀 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았으며 1998년 중국 해군 법정에서 국가 비밀을 불법 제공한 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매년 35만명의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으로 건너온다. 미 정보 당국은 이들 중 대부분이 중국 정부와 연계돼 있다고 보고 있다.

CNN은 미국 정부 관료들과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지속적이고 공격적으로 미국 기밀을 훔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