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600만 명 치사 분량 펜타닐 압수…“중국이 주요 공급처”

정향매
2022년 09월 30일 오후 10:29 업데이트: 2022년 09월 30일 오후 10:29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지난 3개월 동안 성인 3600만 명을 사망케 할 수 있는 분량의 펜타닐을 압수했다. DEA는 마약 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펜타닐 원료의 주요 공급처가 중국임을 재확인했다. 

DEA, 올해 5월 23일~9월 8일 3600만 명 치사 분량의 펜타닐 압수

지난 27일(현지시간) DEA는 올해 5월 23일부터 9월 8일까지 미 전역에서 펜타닐 알약(완제품) 1020만 알과 펜타닐 가루(원료) 980 파운드(약 445kg)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펜타닐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치사량이 2mg에 불과하다. DEA가 압수한 양은 3600만 명을 사망케 할 수 있는 양이다.

이 기간 DEA는 총 390건의 펜타닐 관련 사건을 조사했다. 그중 펜타닐 과다 복용 사망은 51건,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the Sinaloa Cartel)과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이 연루된 사건은 35건, 스냅챗·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한 거래는 129건이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멕시코 최대 마약조직이고,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은 현재 멕시코에서 가장 악명 높은 마약조직이다. 

미국, 2021년 약물 중독 사망자 역대 최다…66%가 펜타닐 과다 복용 

펜타닐 남용은 현재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시민단체 ‘펜타닐에 반대하는 가족’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18~45세 인구 중 펜타닐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는 코로나19, 자살, 자동차 사고 사망자보다 더 많았다. 

DEA는 2021년 약물 중독 사망자 수가 역대 최고인 10만 7622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66%가 펜타닐 과다 복용 사망자라고 밝혔다. 

앤 밀그램 DEA 국장은 “지난해 DEA의 최우선 과제는 펜타닐 (남용) 위기에 대처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펜타닐을 대규모 생산·유통하는 두 마약 조직(시날로아 카르텔과 CJNG)이 미국 지역사회, 아이들과 가정의 가장 ‘시급한 위협(urgent threat)’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중국이 펜타닐의 주요 공급처” 재확인

AP통신은 “시날로아 카르텔과 CJNG는 중국에서 펜타닐 원료를 구매한 후 미국으로 운반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판매한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앞서 2019년 5월 1일 펜타닐 생산지 조사, 홍보사이트 단속, 밀매 조사 전담팀 구성 등을 포함해 펜타닐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실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DEA는 2020년 보고서에서 “펜타닐의 주요 공급처는 여전히 중국이다”라며 “펜타닐은 국제 우편물이나 택배로 미국에 들어온다. 발각된 우편물의 무게는 일반적으로 1kg 미만이었으며 순도 90% 이상의 펜타닐이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보고서). 

미 국제정치 전문가 “중국, 미국인을 인질로 삼아 펜타닐 무기화” 

미국을 펜타닐 포화 상태로 만드는 것이 중국이라는 사실은 이처럼 잘 알려졌다. 이에 더해 중국이 펜타닐을 미국을 향한 무기로 삼고 있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순방 이후 중국 정부는 마약 퇴치를 위한 미·중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정치 전문가이자 코르 에널리틱스사(Corr Analytics) 대표인 앤더스 코르는 NTD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펜타닐 문제를 협상할 당시 대만정책과 같은 동떨어진 주제를 연결 지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미국과의 펜타닐 문제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펜타닐, 한국 10~20대 의료 ‘사각지대’ 파고들어

펜타닐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10~20대를 중심으로 펜타닐 처방을 악용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2일 경찰청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내 10대 미성년자에게 처방된 펜타닐 패치 건수는 2019년 22건에서 2020년 624건으로 1년 만에 28배 이상 급증했다. 20대 처방 역시 2020년 2만4000여 건으로 같은 기간 2배 이상 늘었다.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로 말기 암이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처럼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주로 처방된다. 별다른 이유 없이 최근 1년간 10~20대 처방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치료가 아닌 마약 용도로 잘못 처방된 건수가 그만큼 늘어난 방증일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지난 8일 마약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환자의 ‘투약 내역 조회 서비스’를 의무화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률을 위반할 경우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해 오남용을 방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