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분기 연속 역성장…트럼프 “더 나쁜 상황 온다”

한동훈
2022년 07월 30일 오전 11:55 업데이트: 2022년 07월 30일 오후 12:30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보다 더 큰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발표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기술적 경기 침체를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애리조나에서 열린 집회에서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곳은 매우 나쁜 곳이 될 수 있다”며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기록적으로 낮다는 점을 언급하며 민주당의 ‘그린 뉴딜’ 정책이 경제성장을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기 침체가 아니다. 경기 침체는 차라리 낫다. 경기 침체보다 훨씬 더 큰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경기 불황이 온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경고는 미국 상무부가 2분기 경제 실적을 발표하기 며칠 전에 나왔다. 상무부는 28일(현지시각) 미국의 2분기 GDP성장률(연율 기준)이 -0.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며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2개 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 경기 침체로 본다. 이에 따른다면 현재 미국 경제는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 기준을 충족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노동시장이 탄탄하다며 경기 침체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식적인 경기 침체 여부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판단한다. 이 연구소는 소득·지출·고용 등 종합적인 지표를 경기 침체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NBER의 경기 침체 선언까지는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텍사스 공공정책재단의 밴스 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포크타임스 계열사 NTD와의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를 선언하는 것은 NBER이지만, ‘2개 분기 연속’ 기준은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 내놓은 진보적 정책들을 비난하며 “이런 나쁜 정책들로 인해 우리는 확실히 경기 침체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7월 20일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있는 마린 원으로 걸어가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 Drew Angerer/Getty Images

트럼프 “바이든, 미국 에너지 상대로 전쟁”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물가 잡기 실패,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무너뜨린 에너지 정책과 고유가, 증세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바이든은 47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며 지금 (소비자물가지수가) 9.1%라고 하지만, 실제 수치는 그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제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경제학자 존 윌리엄스가 1980년대에 미국 정부가 수행한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7.3%로 75년 만에 최고치로 기록했다.

이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 당시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2017년 2월 트럼프 취임 첫 달 동안 CPI 상승률은 연간 기준 2.8%였다. CPI는 트럼프 재임 기간 요동쳤지만 2018년 7월 2.9%가 최고치였고 임기 마지막 달인 2021년 1월은 1.4%에 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기 침체와 지속적인 높은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면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의 주된 요인은 치솟는 에너지 가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키스톤 XL 파이프라인(북미 최대 송유관 사업) 허가 취소, 연방정부 토지·수역에서의 신규 석유·가스 채굴 중단,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 등 석유산업을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당시보다 2배 수준으로 올라간 휘발유 가격에 대해 정제 능력 부족, 우크라이나 전쟁, 석유기업의 탐욕 등을 탓하고 있다. 아울러 고유가에 대응해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증산을 요청했으나, OPEC에 대한 증산 요청은 거부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다른 나라에 석유 증산을 구걸하고 있다”고 묘사하고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액체 황금(석유)을 발 밑에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임 기간 미국의 에너지 산업 규제를 풀어 에너지 자립을 달성한 바 있다.

* 이 기사는 톰 오지메크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