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연금펀드 최고 투자 책임자, 중국 정권과 깊은 유착관계

네이선 쑤
2019년 07월 9일 오후 1:49 업데이트: 2019년 07월 13일 오후 5:50

미국 최대 연금펀드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CalPERS)과 중국 정부, 캘퍼스의 중국 투자지주회사가 밀접한 유착관계 맺고 있음이 최근 드러났다. 캘퍼스는 올해 1월 기준 436조원의 자산규모를 보유한 ‘글로벌 큰손’이다.


캘리포니아 공공직 퇴직연기금(CalPERS, 이하 ‘캘퍼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중국 공산당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미국 최대 공적연기금 운용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캘퍼스가 운용하는 중국 투자 주식 보유 리스트 등을 검토하면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캘퍼스는 서구에서 가장 큰 공공 퇴직연기금 중 하나다. 이 기금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 및 지역 공공 기관에서 은퇴했거나 현재 일하고 있는 공무원을 위해 3500억 달러(약 410조 원) 이상의 기금을 관리하고 있다.

이 연기금은 중국 기업 주식 수천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들 중국 기업 중에는 중공 인민해방군을 위해 첨단 무기를 개발하거나 신장의 위구르 수용소를 비롯한 인권 유린에 관여하는 기업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2017년 보도에 따르면, 현재 캘퍼스의 CIO인 벤 멍(Ben Meng, 중국식 이름 ‘멍위’)은 2015년 중공 정부의 고급 인력 헤드헌팅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참여했다.

2018년 12월 미 상원 법사위원회에 제출된 증언에서 “천인계획은 ‘중국의 대미 비전통적 스파이 행위’의 일부”라고 규정했다.

천인계획

2016년 기밀해제된 FBI 보고서에 따르면, 천인계획은 중국이 미국의 첨단기술에 접근해 이득을 취하는, ‘미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 세계 전역에서 고위 직책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을 모집, 고용한다.

보고서는 “중공 정부가 천인계획으로 영입한 인물들은 명문 대학이나 저명 연구기관의 전문가나 학자, 국제적으로 알려진 금융기관의 고위 관리직 또는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기업인”이라고 밝혔다.

FBI는 또한 천인계획이 “경제 스파이 행위와 지적재산 절도로 미국 기업과 대학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보고했다.

FBI는 위 보고서에서, 천인계획 활동이 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지만, 천인계획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불법행위를 하기 쉽다고 밝혔다.

천인계획이 일반적인 헤드헌팅 운영과 다른 것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서구에서 여전히 자기 지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매년 일정 기간 중국에서도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이 중국의 기관이나 기업들에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천인계획은 2008년에 운영을 시작했다. 바이오스페이스닷컴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이 프로그램 출범 후 10년 동안 6000명 이상의 고급 전문가를 천인계획 프로젝트에 영입했다.

천인계획과 멍 CIO의 관계

캘퍼스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멍의 이력서는 그가 2008년부터 7년간 캘퍼스에서 근무한 뒤 3년간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19년에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에서 3년간 CIO 대행을 역임한 뒤 캘퍼스로 복귀했다”고 명시돼 있다.

캘퍼스 웹사이트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중국의 외환 활동을 관리하고 규제하는 최고 수준의 중국 국가기관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기관투자가(Institutional Investor)’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캘퍼스에 합류하기 전, 멍은 바클레이즈에서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리먼 브라더스 홀딩스에서는 리스크 관리자로 근무했으며, 모건스탠리에서는 고정수익 트레이더로 일했다.

천인계획 프로그램에서는 멍이 미국 금융계에서 다양하게 활동한 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인민일보 2017년 10월 2일 자 보도에 따르면, 멍은 2015년 11월 천인계획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정식 채용됐다.

참여자 대부분이 중국과 서구 양쪽에서 일하면서 천인계획 프로그램과 맺은 계약을 유지하고 있지만, 멍이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멍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서 CIO 대행을 지낸 기간에 중국은 3조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서 맡은 CIO 대행 직위는 멍이 중국 정권의 민감한 정보를 많이 접하는 고위급 포지션이다. 이는 멍이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외환보유고의 투자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엄격하게 통제하는 중국의 외환 보유 시스템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핵심 기관 중 하나다. 그 자리는 누가 고용되든 중국 공산당에 충성을 보증하는 엄격한 보안 심사를 거쳐야 한다.

멍이 미국에서 공공부문 일자리를 떠나 중국에서 일하기로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인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북돋우는 사례였기 때문에 중국 관영언론은 이 일을 크게 다뤘다.

인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멍은 중국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더 큰 영예가 없다고 했다. 또한 자신과 국가외환관리국에서 맡은 직무가 거의 완벽하게 잘 맞는다고도 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멍이 국가외환관리국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이후 멍이 중국 공직을 떠나 캘퍼스로 복귀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중국 언론에서는 긍정적인 보도가 나왔다.

캘퍼스의 고용 결정에 대한 우려

우선 멍이 중국 최고위급 기관에서 일하다 곧바로 캘퍼스의 CIO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세심한 심사가 이뤄졌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캘퍼스는 이미 중국 기업 주식을 광범위하게 보유하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멍의 감독하에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는 캘퍼스가 직면한 잠재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스팰딩(Robert Spalding)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국장이자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중국에서 온 사람이라면 분명 중국 투자를 장려할 것이다. 당연히 캘퍼스에 리스크를 가져온다. 우리는 중국과 거리를 두는 경제 재조정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영문 에포크타임스가 캘퍼스에 멍을 채용한 결정에 관해 문의하자, 캘퍼스 측은 그의 임명을 발표한 2018년 9월 보도자료만을 언급했다.

다시 부임한 지 6개월도 안 돼, 멍이 공동연금위원회에서 자신의 사모펀드 투자 결정과 관련해 리처드 팬 주 상원의원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온라인 금융 및 경제 블로그인 Naked Capitalism이 보고했다.

‘캘리포니아 개혁’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콘스탄티노스 로디티스(Konstantinos Roditis)는 ”캘퍼스의 사모펀드 전략에 관해 리처드 팬 주 상원의원에게 의문스럽고 부정확한 증언을 한 데다 중국 정부와의 관계가 우려되는 만큼, 우리는 ‘캘퍼스가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중국에 가장 이익이 되는 회사에 접근할 수 있는 인물, 그런 투자를 지시할 수 있는 인물을 고용한 건 아닌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멍이 결백할 수도 있겠지만, 직원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감독하지 않은 캘퍼스의 이력으로 볼 때, 멍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로디티스는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캘리포니아주 컨트롤러(주정부 예산 관련 집행부서장) 후보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캘리포니아 개혁’은 주와 지방정부 감시에 헌신하는 527인 정치행동위원회다.

캘퍼스의 중국 투자

캘퍼스의 중국 투자 또한 비난을 받았다.

2017년에서 2018년까지 캘퍼스 연간 투자보고서를 보면, 이 연기금은 100개 이상의 중국 기업에 투자했다. 그중에는 중국의 군사, 사이버 전쟁, 인권 유린, 방위산업과 관련된 기업들도 포함돼 있으며, 중국 밖에서 상습적으로 비윤리적인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도 있다.

캘퍼스는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CCCC, 약칭 ‘중국교건’)의 주식도 1600만 주 이상 보유하고 있다.

국영기업인 중국교건은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최다 계약업체 중 하나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중국교건이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인민해방군의 인공섬 건설을 도왔다는 주장이 미국 의회 의원들에 의해 제기됐다.

블룸버그 보도는 또 중국교건이 부패, 부당 노동행위, 환경 훼손 행위 등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국가들의 목록을 제시했다. 2009년 이 회사는 부정입찰 혐의로 세계은행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또 같은 연례보고서를 통해 캘퍼스가 중국 최대 우주항공기업인 국영 중국항공우주과학기술공사(CASTC) 자회사인 중국항공우주국제홀딩스 주식도 270만 주 이상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거대 우주항공기업 산하에는 중국우주발사체기술연구원(CALT), 중국공간기술연구원(CAST),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CGWIC), 중국항공우주과학기술공사(CASC), 중국위성통신유한공사(Satcom) 등이 있다.

워싱턴에 본사를 둔 리스크 매니지먼트 회사 RWR 자문그룹의 CEO 로저 W. 로빈(Roger W. Robinson)은 “중국 우주 프로그램이 인민해방군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로빈슨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 국제경제담당 선임국장을 지냈으며, 이후 미·중 경제안보심사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캘퍼스의 중국 투자 주식 명단에 오른 또 다른 회사는 차이나유니콤이다. “캘퍼스 보고서를 보면 이 연기금이 2010년 이래로 북한의 인터넷망 구축을 도운 차이나유니콤의 주식 2000만 주 이상을 보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위 보고서를 보면, 캘퍼스는 MSCI 신흥시장지수를 추적하는 펀드 형식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WR 자문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이 지수는 중국항공공업그룹(AVIC), 하이크비전, 다화테크놀로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 같은 회사들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항공공업그룹은 중국 공군, 중국 해군, 인민해방군 로켓 부대를 위한 다양한 항공기 및 무인 항공기 시스템 등을 개발, 생산한다.

하이크비전과 다화는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의 비디오 감시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2018년 9월 미 의회 의원 17명이 국무장관과 재무부에 이들 두 기업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지난 4월에도 미의회 의원 43명이 장관들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는 미국이 국가 안보상의 위험을 내포하거나 인권 유린에 연루된 하이크비전, 다화 그리고 기타 중국 기업들의 존재에 대해 미국 자본시장의 미국 투자자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강화된 공개 요구사항을 제정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는 중국 해군에 유도탄구축함, 프리깃함,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 항공모함 등 해군 장비를 제공하는 회사다.

영문 에포크타임스가 캘퍼스에 중국 투자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자 캘퍼스 측은 지배구조와 지속가능성 원칙에 관한 정책 문서만을 언급했다.

중국 투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 요구

로빈슨은 캘퍼스의 중국 관련 투자와 관련해 더 엄격한 조사를 요구했다. “관련 주(州) 의회 위원회는 인권 유린 및 국가 안보 우려가 있는, 캘퍼스와 기타 주 연금 및 보험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중국 기업을 포괄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한 기업들이 어렵게 모은 주 공무원들의 퇴직금에 미치게 될 물질적인 리스크 때문이다”라고 로빈슨 CEO가 에포크타임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이들 캘퍼스 펀드 매니저들이 가치와 기업 평판과 연관된, 물질적이면서도 가끔은 불균형적인 리스크를 간과했다. 그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공직자들을 신장 지역의 위구르 강제 수용소나 인민해방군과 협력하는 중국의 첨단 무기 제조업자들과 관계 맺게 했고, 미국 공무원들의 원칙, 가치, 도덕 기준과 다른 활동들에 연류되게 했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50개 주 중 대부분의 주가 캘리포니아주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모든 주들이 ‘앞으로 주 공무원연금이 중국 투자를 고려할 때 국가 안보 및 인권과 관련된 리스크를 평가하도록 요구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2000년 5월, 로빈슨은 캘리포니아주 합동 입법 감사 위원회에서 캘퍼스의 중국 투자에 대해 증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목격한 것과 같은 종류의 실사 관련 맹점을 보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원제: Chief Investment Officer of US’ Largest Public Pension Fund Has Deep Ties to Chinese Reg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