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스파이 13명 기소… ‘화웨이 수사 방해’ ‘여우사냥 가담’

최창근
2022년 10월 26일 오전 9:27 업데이트: 2022년 11월 1일 오전 11:30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중국 스파이 혐의자에 대한 처벌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 검찰은 중국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검찰 수사 정보를 빼내 수사를 방해하려 한 혐의로 중국인 스파이 혐의자 2명을 기소했다. 법무부는 반(反)체제 인사들을 협박하는 등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또 다른 중국인 11명도 재판에 넘겼다.

10월 24일, 메릭 갈런드 연방 법무부 장관(연방 검찰총장 겸임)은 “이번 사건들이 여실히 보여주듯 중국 정부는 미국 내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그러한 권리를 보호하는 우리(미국) 사법 체계를 약화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중국)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24시간 뉴스채널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영미권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법무부는 허거우춘, 왕정이 등 중국 국적자 두 명을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수사당국의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 관계자 한 명을 포섭하여 화웨이 수사 관련 증인 정보, 재판 정보, 향후 적용될 수 있는 혐의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에는 구체적 회사명 명시 없이 ‘중국에 본사를 둔 익명의 통신회사’라고 적혔으나 CNN은 관계자를 인용해 이 ‘통신회사’가 중국 화웨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HSBC 등 은행에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과의 거래를 숨긴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2020년에 미국 기업들의 영업비밀을 빼돌리고 지식재산권을 훔치려 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중국 스파이들은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6만 1000달러(8767만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하고, 미국 법무부와 연방 검찰의 화웨이 수사 관련 정보를 빼낸 것으로 확인됐다. 뇌물에는 4만10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과 600달러 상당의 보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허거우춘과 왕정이는 지난 2017년 초부터 스파이 활동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미국 법 집행기관 소속 관리 한 명과의 관계 구축을 시작했다. 공소장에 ‘GE-1′이라고만 나온 이 관리는 사실 미국 정부의 이중간첩으로 법무부 연방수사국(FBI)의 감독을 받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페이크(fake)’에 넘어가 FBI 등 수사 당국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CNN은 “이 사건이 중국 정부를 대리하여 미국 국적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거나 미국 영토 내에서 불법 행동을 시도하려 한 중국인을 밝혀낸 가장 최근 사례이다.”라고 해설했다.

리사 모나코 법무부 부(副)장관은 “이번 사건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국가 정보당국과 맺고 있는 연결 고리가 드러났다. 특히 중국 IT기업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다루는지 여부를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수사를 지휘한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중국 정부는 수많은 사건에서 미국의 경제 안보와 인권을 해치고 민주주의, 법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뉴욕 동부지방검찰청은 일명 ‘여우사냥(獵狐)’에 가담한 혐의로 중국인 7명을 기소했다. 여우사냥은 중국의 반체제 인사를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는 작전이다. 이들은 반체제 인사나 그의 가족을 상대로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이다.”라며 협박하거나 감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저지지방검찰청도 미국 거주자들을 상대로 중국을 위한 첩보활동을 할 ‘스파이’를 모집한 혐의로 중국인 4명을 기소했다. 기소된 4명 중 3명은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國家安全部) 소속이라고 검찰 관계자는 확인했다.

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가짜 싱크탱크를 만들어 미국인 대학 교수, 전 법무부 공무원, 전 국가안보 업무 관련 공무원 등을 포섭하려 했다. 또한 이들에게 중국 여행 비용을 제공하는 등 뇌물을 제공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기술 정보를 빼내 중국에 보내려 한 혐의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반중국 시위도 이들을 통해 억제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