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도∙태평양 전략’ 기밀 해제…수십 년을 앞당긴 이유는?

이윤정
2021년 01월 16일 오후 7:24 업데이트: 2021년 01월 16일 오후 7:24

미국 정부가 지난 12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United States Strategic Framework for the Indo-Pacific)’을 기밀 해제했다. 전문가들은 몇십 년 후에나 발표돼야 할 기밀문서가  갑자기 공개된 것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10쪽 분량의 문서는 지난 3년간 미국이 시행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해당 문서는 중공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미국과 일본·인도·호주가 협력해 제1열도선을 공동 방어하며 대만 등을 대상으로 하는 중공의 군사적 확장을 저지한다는 지침 등이 포함됐다.

이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2월 승인한 후 3년째 시행 중이며 미국이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국가 안보를 위한 총체적 지침을 제공한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자유롭고 개방된 곳으로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지속해서 헌신해왔다는 것을 미국 국민과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이 이해하게 하려고 이 문서를 기밀 해제했다”고 밝혔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중공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 중공의 ‘운명 공동체’에 굴복하도록 갈수록 압력을 더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서는 중공을 핵심 안보 도전 집단으로 규정하고 그다음으로 북한을 지목했다. 미국은 호주·인도·일본과 전략적으로 협력해 4각 안보 프레임(framework·틀)을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30년 후에나 발표돼야 할 기밀문서가 바이든 당선자 취임 전 갑자기 공개된 것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사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1982년 당시 레이건 미 대통령이 대만 지원을 약속한 ‘6항 보증’과 전략목표가 유사하다”며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매우 오랜 기간 지정학적 전략의 틀을 굳히고 일부 작은 지역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조정, 수정할 수 있겠지만 중공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주된 위협이자 최대의 적수로 규정한 것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탕징위안은 “인도·태평양 국가의 국익을 놓고 중공과 거래하는 것을 방지하고 특히 대만을 배신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이 전략을 3년째 시행해 왔다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이미 3년 전에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기획했으며 이 전략이 바로 아시아판 나토의 틀”이라고 말했다.

호주 국립대학 국가안보대학원 로리 메드칼프 교수는 지난 13일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서이며 몇십 년 앞당겨 발표하는 것은 매우 심상치 않다”며 “관리들은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관계, 이를테면 중국 세력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어떤 연속성이 있는지 등을 보고 싶어 한다”고 평가했다.

문서는 또 미국과 대만, 남해의 파트너국, 동맹국 일본, 한국이 중공의 위협과 침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한다고 밝혔다.

탕징위안은 “제1열도선 국가 방어에 대만을 포함한 것은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국가 정책 형식으로 군사 개입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만약 중공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은 무력에 의한 군사 개입 방식으로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문서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빌미로 중국을 억제 탄압하고 지역 안정을 파괴하려는 음험하고 잔인한 의도이며 패권 수호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정치학자 천융먀오(陳永苗)는 “자오리젠의 발언은 의례적이고 의미 없는 말”이라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외교부의 반응만으로는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파악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퇴임을 앞두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기밀 해제한 것은 바이든 정부에 강력한 구속력을 남기려 한 것이겠지만 공개 시기가 퇴임 직전이라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13일 자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신설 직책인 백악관 ‘아시아 차르(Asia tsar)’로 임명할 예정이다.

캠벨은 백악관 기밀문서가 해제된 날,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 역할을 강화해 트럼프 정부 시절의 질서 불균형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외부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인도∙태평양전략 문서를 앞당겨 기밀 해제한 목적이 중공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 리처드 피셔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25년 후에 발표한다면 중국은 이미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탕징위안은 이 문서가 군사적으로 제1열도선에서 군사적 방어 지침 세 가지를 확정했고 각 지침은 모두 구체적인 약속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정부가 정한 지침에 따르면 충돌 발생 시 중공이 제1열도선 내 해공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한다. 또 미국과 동맹국의 방위력을 강화하고 대만에 군수품을 지속해서 판매하며 남중국해의 파트너를 포함해 제1열도선 외 모든 영역을 주도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군사 평론가 천저우(沈舟)는 이런 지침을 바탕으로 미국이 지난해 초 서태평양에 루스벨트호를 배치하는 등 지난 3년간 서태평양에서 미군을 확대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천저우는 “이 세 가지 지침은 실제로 사람들이 주목하는 대만해협 보호 약속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전략적 측면은 물론 전술적 측면과도 연관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