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서 시위대 수천 명 행진 “의미 있는 변화” 촉구

앨런 종
2020년 06월 7일 오후 1:41 업데이트: 2020년 06월 7일 오후 7:52

워싱턴 DC =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며 “의미 있는 변화”를 촉구했다.

6일 시위대는 미국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워싱턴 DC 펜실베이니아 대로를 행진했다. 행진 대열에는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여했으며 40대 이하나 흑인들이 많이 보였다.

이날 워싱턴의 일몰 시각인 오후 8시 31분 전까지 계속된 시위는 차분하고 평화롭게 진행됐다.

현장에 나온 시위대 참가자들은 에포크타임스에 “서로 다른 인종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격려된다”고 말했다.

흑인 남성 마크 잭슨(Mark Jackson·55)씨는 “원래는 참여할 생각이 없었는데, 인종을 초월한 단합과 연대를 목격하게 됐다. 모든 인종의 사람들이 모였다. 흑인으로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백인 여성 알렉스(Alex) Y.씨도 인종을 초월한 연대를 보며 희망을 품게 됐다고 했다.

그녀는 “이곳에 모인 우리를 보라. 내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대부분 순수한 동기로 참가한 선량하고 점잖은 사람들”이라며 2020년에도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꼈지만, 최근 몇 주간 시위를 보면서 낙관적으로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이런 사건들이 그냥 묻혀버리지 않고 중요한 문제로 다뤄진다는 점에서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2020년 6월 6일 워싱턴에서 경찰의 만행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대로에서 행진하고 있다. | Chip Somodevilla/Getty Images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기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에 의해 8분 46초 동안 목이 무릎으로 눌려 질식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미 전역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고 곧 시위는 약탈과 방화, 공공기물 파손 등 폭력 사태로 번졌다.

플로이드를 사망케 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Derek Chauvin)과 현장에 있던 동료 3명은 모두 해임됐다.

데릭은 2급 살인으로 기소됐고, 아내에게서 이혼소송을 당했다. 또 다른 경찰관 3명은 살인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의미 있는 변화’ 호소한 시위대

워싱턴 시위대는 경찰의 과잉진압 재발 방지를 요구하면서, 이후 미국 사회에 필요한 변화에 대해서는 나름의 견해를 나타냈다.

워싱턴에 거주하는 레사(Ressa·33) M.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연방정부와 주 정부 차원에서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레사씨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때까지 시위와 지지 활동이 계속될 것”이라며 “의미 있는 변화는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는 정책과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워싱턴 주민 로렌(Lauren·33) D.씨는 경찰의 공권력이 지나치게 강하다며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로렌씨는 “경찰은 큰 권력에 비해 훈련이 부족하다. 민간인 보호를 위해 전쟁 수준 장비를 보유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전시(戰時)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보호와 봉사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국가에 동의하지 않고 항의하러 나올 때, 그들은 시위를 그냥 진압할 수 없다. 우리는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였다.

이날 시위에는 순수하게 타인과의 연대를 위해 현장에 나온 이들도 있었다.

버지니아주에서 왔다는 제임스 그레이엄은 이번 시위의 목적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잘은 모른다”면서 “제각각 생각을 품고 온 사람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라의 앞날에 대해 많은 희망을 품고 돌아가게 됐다고 했다.

현장에는 몇몇 연방의회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의회나 정부에 대해 어떤 변화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대한 연대감을 나타내려 한 것으로 보였다.

폭력 시위에 대한 관용은 다르다.

에포크타임스가 만난 시위 참가자들은 현재 문제가 되는 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대부분 불관용 입장을 보이면서도 일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알렉스씨는 시위와 폭력은 구분되어야 하며 폭력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소외당한 사람들의 분노를 이해한다”면서도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워싱턴 DC 시민 로빈 리딕(Robin Reddick)씨는 폭력 시위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갈수록 평화로워지고 있다. 시위대는 사회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의사표시 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재산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워싱턴 주민 로렌씨는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본다. 유감이긴 하지만, 매워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인명피해는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주택과 사업장이 불탔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힘을 합치면 재건할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 운동도 열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대 참가자 그레이엄(Graham)씨도 “자산피해는 걱정하지 않는다. 크게 본다면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다”라면서도 “인명피해가 난다면 용납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