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ZPMC 크레인 ‘트로이 목마’로 의심…한국 항만에도 해당 기업 제품 설치

최창근
2023년 03월 6일 오후 1:06 업데이트: 2023년 03월 6일 오후 1:12

미국 안보당국이 자국(自國) 전역 항구의 중국산 항만 크레인을 ‘트로이의 목마’로 지목했다.

3월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방부, 국토안보부 등 안보부처 관리들이 미국 항만 내 초대형 항만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작동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부처 관리들은 미국 해군, 해안경비대도 이용하는 항만에 설치된 중국 상하이 전화중공업(振華重工業‧ZPMC)이 제조한 항만 크레인들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해당 크레인은 컨테이너를 선적하거나 하역할 때 사용하는 STS 크레인(Ship to Shore Crane)으로서 화물의 출처, 목적지를 등록‧추적할 수 있는 센서가 탑재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 미군 작전 지원용 물품 정보를 중국 측에 제공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위험성은 해당 크레인이 원격으로 제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제조사나 중국 측이 원격으로 크레인을 제어하여 미국 물류 네트워크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021년까지 국가방첩보안센터(National Counterintelligence and Security Center‧NCSC) 센터장을 지낸 윌리엄 에바니아(William Evanina)는 “중국산 크레인이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ZPMC의 항만 크레인 운영 사업을 비밀 정보 수집을 감출 수 있는 합법적인 사업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1992년 중국 상하이에서 설립된 ZPMC는 중국 국유 대기업 중국교통건설(中國交通建設‧China Communications Construction Company)의 자회사이다. 중국교통건설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핵심 기업 중 하나이다.

ZPMC는 오늘날 글로벌 항만 자동화 부문 선두주자로서 2000년대 초반 미국 시장에 진출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IT대기업과도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MS 홈페이지에 게시된 홍보 동영상에 따르면 당시 황칭펑 ZPMC 사장은 “우리의 상하이 본사를 통해 여러분은 모든 크레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ZPMC 홍보영상. 자사 크레인을 원격 조종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막이 나온다. |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현재 ZPMC는 전 세계 크레인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만 전체 STS 크레인의 80%를 판매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내 항만에 설치된 ZPMC 크레인은 중국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로 작동하고, 일부 항구에서는 아예 중국인 기술자가 2년짜리 미국 비자를 받아 직접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정보‧방첩 당국은 이런 틈을 통해서 중국 측이 미국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은 “중국이 항만 물동량을 교란하거나 군사장비 하역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중 미군이 이용하는 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메릴랜드의 항구들이 지난 2년간 ZPMC의 새 크레인을 다수 주문한 것이 정보당국의 염려를 키웠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법무부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볼티모어항으로 ZPMC 크레인을 운송하던 화물선을 수색해 정보수집을 위한 설비를 발견한 적이 있다고 소식통들이 월스트리트저널에 전했다.

그러나 주미국 중국대사관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문의에 “피해망상적 시도이다. 중국 위협론을 띄우는 것은 무책임하며 미국에도 해가 될 것이다.”라고 반발했다.

ZPMC 한국법인의 국내 항만 물류 진출 영역. | ZPMC Korea 홈페이지 갈무리.

ZPMC는 미국 내 3개 법인을 비롯하여 전 세계 18개 현지법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2014년 ‘상해진화한국 주식회사(ZPMC KOREA)’ 명의의 현지법인을 설립하였으며, 본사는 부산신항 인근인 부산광역시 강서구 송정동에 있다.

ZPMK 한국법인은 항만 크레인, 해양 구조물 등 각 종 대형 철구조물의 영업, 예비품 판매, 품질 보증 업무, 크레인 정비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위험성이 지적된 STS 크레인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