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 31년만에 최대폭 상승…인플레 우려 지속

톰 오지메크
2021년 11월 11일 오전 6:41 업데이트: 2021년 11월 11일 오전 10:01

공급망 병목현상이 길어지면서 미국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6% 이상 올랐다. 30여 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10일(현지 시각) 미 노동부 통계국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10월보다 6.2% 급등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의 시각에서 측정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치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해 지난 10일 발표한 전문가 전망치 5.9%를 0.3%포인트 넘어선 것으로 1990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물가 상승 폭이다.

한 달 전인 9월과 비교해도 0.9% 올라 월간 상승률도 지난 6월과 같은 수치를 나타내며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냐 장기적이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도 “일시적이 아닐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을 비롯해 다수 위원들은 공급망 병목현상이 해소되면 사라질 일시적 현상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뉴욕에 본사를 둔 소비자 금융서비스 회사 뱅크레이트의 수석재무문석가 그렉 맥브라이드는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일시적이라는 표현이 아무리 애매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문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맥브라이드는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있다”며 “식료품, 에너지, 주거비용이 큰 폭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차와 중고차 가격의 급격한 변동도 언급했다. 미국의 중고차 가격은 지난 한 달간 2.5%, 작년 10월과 비교하면 26.4% 올랐다. 신차 가격의 상승 폭은 다소 낮지만, 이달 들어 1.4%, 작년 10월과 비교하면 9.8% 오르며 물가 상승 우려를 부채질했다.

미국의 월간, 연간 물가 상승률 급증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소비재는 연료유다. 연료유는 10월 한 달간 12.3%, 지난 10월부터 1년 동안 무려 59.1%가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생산자 물가도 역대 최대폭 상승…물가상승 견인

이같은 물가 상승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인력난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기업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날 발표된 미국의 10월 생산자 물가지수(PPI)는 작년 10월부터 1년 사이 8.6% 상승해 2010년 11월 관련 통계 기록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나타냈다.

다국적 금융그룹인 ING는 “공급망 병목현상이 지속하면서 향후 수개월 동안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강하게 유지돼 내년 상반기 내내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뱅크레이트 수석재무분석가 맥브라이드 역시 “공급망 병목현상이 2022년까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투자자들의 전망도 이와 일치한다.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5년 만기 국채의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율(BEI)은 10월 말 사상 최고치인 2.99%로 상승했다가 11월 9일 현재 2.96%로 소폭 하락했다.

BEI는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와 물가연동국채의 가격 차이를 뜻한다. 물가연동국채는 원금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이자를 결정한다. 따라서 일반 국채와 물가연동국채의 차이(BEI)는 시장이 전망하는 물가 상승률로 이해된다.

이 수치차 2.96~2.99%를 나타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향후 5년간 물가 상승률을 연평균 3% 정도로 예상함을 시사한다. 연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 2%를 절반가량 상회하는 수치다.

맥브라이드는 “소비자들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나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매할 때 이미 물가상승을 체감하고 있다”며 “세입자들은 다음번 주택 임대 계약시기 때 ‘스티커 쇼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커 쇼크란 예상을 넘어선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가 받는 충격을 뜻한다. 이사나 계약 연장을 위해 매물을 검색했다가 너무 오른 가격에 절망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