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한 中 기업 투자, ‘훨씬 더 위험하다’

FAN YU
2015년 03월 11일 오후 4:04 업데이트: 2019년 10월 24일 오후 3:35

시노-포레스트는 중국 최대 벌목 업체로 증권 시장에서 인기가 많았다. 헤지펀드의 신화 존 폴슨 폴슨앤컴퍼니 회장 같은 거물급 투자자들의 자본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시노-포레스트(Sino Forest Corp)는 중국서 조림지 3개 곳을 소유․운영했고, 목제품을 제조해 판매했다. 시노-포레스트는 캐나다 토론토 증시에 상장한 후, 주식 가격이 급등했다. 투자자들이 중국경제의 호황을 맛보려는 심리로 너도나도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시노-포레스트의 시가 총액은 단번에 60억 달러(약 6조 5916억 원)로 치솟았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급락했다.

2011년 6월 당시 중국 기업의 ‘뒷조사’를 통해 회계장부의 진실을 파헤치는 리서치회사 머디워터스(Muddy Waters)’ 의 그물망에 시노-포레스트가 걸려들었다. 머디워터스는 시노-포레스트의 사기 혐의를 주장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시노-포레스트가 ‘수십억 달러(수조 원)’의 폰지 사기업체로 수익을 부풀리기 위해 판매 거래 액수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시노-포레스트는 목재 분야 이외의 다른 투자에서 자산규모를 극도로 부풀렸다. 이 보고서가 공개된 지 수 일 만에 시노-포레스트의 시가는 80% 가까이 떨어졌다.

9개월 뒤, 파산 보호를 신청한 시노-포레스트는 매각 수순에 들어갔다. 올 1월 캐나다 온타리오 판사는 시노-포레스트를 상대로 투자금을 손실한 투자자들이 제기한 90억 달러(9조 8874억 원) 규모의 집단 소송을 승인했다.

신뢰부족

중국 기업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새로운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북미 시장에서 주식을 상장하는데 열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중국 국유 기업에 투자하는 데 주의하라는 경고를 그동안 해왔다. 하지만 시노-포레스트 같은 중국 민간 기업에 투자할 경우, 그 위험성은 훨씬 더 커진다.

국가가 통제하는 중국 경제에서 민간 기업이 거짓말, 부정행위, 부패에 기대지 않고 성공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민간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국유화 또는 국영화를 강요받고, 지방과 성(省) 급 정치인들은 기업 자산을 몰수하겠다고 위협한다.

예컨대, 중국 기업들은 사기행위를 일삼는다. 북미에 본사를 둔 시노-포레스트의 사기행각이 밝혀졌다. 하지만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불법행위를 조사하기가 어렵다. 시노-포레스트의 회계부정은 중국 기업들이 저지르는 어마어마한 사기 행각의 일부일 뿐이다. 대형은행 분석가들은 이런 중국 회사들을 조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참고 할 수밖에 없다.

재무제표는 회사의 수익, 이윤과 손실, 대차대조표, 그 밖에 다른 재무 정보를 명확히 표시한 서류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서 감사를 받은 재무 정보를 정기적으로 검토한다. 또, 회계 규제기관은 회계 감사관과 그들이 처리한 일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사를 벌인다. 이는 금융 시장 통합을 증진하고 견제와 균형 체제로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블랙홀

중국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인 미국 투자자들은 불행히도 이런 견제와 균형 시스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미국 규제기관은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면서, 중국 회계 법인에 감사조사서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중국 회계 법인들은 SEC에 감사조사서를 제출하는 것을 거부했다. 미국 회계 규제기관인 공개기업 회계감독위원회(PCAOB: 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는 사법부가 중국의 회계 감사 보고서에 관한 검토를 승인하지 않는다.

회계법인 ‘빅4’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 water house Coopers), 언니스트영(Ernst &Young), KPMG, 딜로이트(Deloitte)도 어쩔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빅4의 중국 내 계열사들은 지방 소유인데다가, 외국 기관에 회계기록 공개를 금지하는 중국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중국 재무부는 2014년 5월 국제 회계 법인이 중국 내 기업을 상대로 회계감사에 착수하기 위해 외국에 직원을 파견하는 것을 금지하는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했다.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은 본질상 회계 감사조사서를 국가 기밀로 만들어 버렸다.

SEC의 굴복

지난해 한 SEC 판사는 중국 내 회계 법인들이 미국의 법률을 위반했다고 규정했다. SEC는 조사를 벌이던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의 회계 감사조사서를 제출하라고 중국 회계 법인들에 요구했지만, 중국 회계법인들은 이를 거절했다.

캐머런 엘리엇(Cameron Elliot) SEC 행정법 판사는 “(기업들이) 진퇴양난에 빠지자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 법 준수는 기업이 따라야 할 법뿐만 아니라 모든 법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엘리엇 판사는 “미국에 상장해 투자 자금을 얻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권거래법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EC는 올 2월 중국 당국에 백기를 들었다. SEC는 중국 회계감사원과 명목상 200만 달러(약 21억 9720만 원)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합의로 SEC는 회계감사 중단을 해제했고 일부 기업의 회계 감사조사서가 제출됐다. 하지만 이 합의로 SEC의 중국 회계 감사조사서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 SEC는 중국 규제기관의 승인을 거친 감사조사서만 받아볼 수 있다.

중공은 국제 사회에서 존경받는 과도적 시장경제를 설립하려 하지만, 기업 회계 감사에 대한 제한된 공개로 국가 신용도를 떨어뜨린다.

중공은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이 중공의 규율에 따를 것을 강요한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미국 법률을 준수하는 것을 막는다.

최근 중국 기업 주식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들은 커다란 손실을 보았다. 이는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재무제표가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미국에 상장한 모든 중국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할인 판매 사기’를 벌일 것이다. 이는 정직한 기업에 불공정하고, 금융 시장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해친다. 또, 소액 투자자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장단기 헤지 펀드가 득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스스로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