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공식 발표

하석원
2021년 12월 7일 오전 10:55 업데이트: 2021년 12월 7일 오전 11:40

미국 정부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했다. 인권 탄압에 대한 항의 표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 게임에 어떤 외교·공무 대표단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선수단은 올림픽 경기에 자유롭게 참가한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 외교·공무 대표들은 신장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의 인권 유린과 잔혹한 행위를 직면해, 이번 대회를 평상시와 다름없이 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집단학살과 반인륜적 범죄를 계속 저지르는 정권과 미국이 정상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 역시 시진핑 주석에게 말했지만, 인권 지지는 미국인의 DNA”라며 “중국 등지에서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계속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달 15일 첫 화상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사키 대변인은 선수단 파견에 대해서는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하고 훈련해온 선수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공식 사절단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권은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을 비롯한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해 대규모 탄압을 벌이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전 세계 인권운동가와 시민단체, 정치인들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전면 보이콧, 외교적 보이콧, 기업 후원 중지 등 다양한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의 보이콧 결정은 다른 동맹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 행정부가 동맹국에 이 같은 결정을 통보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는 동맹국의 판단에 달렸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미국의 올림픽 보이콧 기록은 1980년 소련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이 마지막이다. 당시 미국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기 위해 보이콧을 주도했고 60여개국이 이에 동참했다. 사상 최대 규모 올림픽 보이콧이었다.

중국은 이날 미국의 선언에 앞서 외교적 보이콧에 강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사키 대변인 발언보다 일찍 이뤄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외교적 보이콧은 스포츠의 정치화”라며 “중국은 반드시 반격하는 조치를 결연히 취할 것”이라고 경고성 답변을 내놨다.

사키 대변인이 자오리젠 대변인의 발언을 전달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외교적 보이콧을 양국 협력에 연결시키겠다는 중국 측의 위협을 일축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는 미중 관계를 보는 바람직한 시각이나 프레임이 아니다”라며 “초국가적 이슈에 대한 협력은 미국에 호의를 베푸는 일이 아니며 거래 대상도 아니다. 중공이 지구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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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중국영사관 앞에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집단학살 게임”이라고 쓴 카드를 든 시위대가 항의하고 있다. 2021.11.3 | Frederic J. Brown/AFP via Getty Images/연합

미국 정치권은 대체로 백악관 결정을 환영하는 반응이다.

하원 외교위원장인 민주당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행정부가 절대적으로 옳은 결정을 내렸다”며 “국제사회는 중국이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에 대한 잔혹행위를 은폐하는 것을 도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믹스 위원장은 “다른 나라들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며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보편적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침묵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교적 보이콧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화당 릭 스콧 의원은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만 했다. 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올림픽 개최지를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