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극초음속 무기 경쟁서 중국에 뒤처진다” 전문가 경고

앤드루 쏜브룩
2022년 11월 18일 오전 11:44 업데이트: 2022년 11월 18일 오후 1:12

미국이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의 안보 전문 싱크탱크 ‘국제평가전략센터(IASC)’의 릭 피셔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군사기술 투자는 그 범위와 정도가 매우 심화됐다”며 “중국은 극초음속 무기 경쟁에서 사실상 주도권을 쥐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비밀 시험발사 뉴스는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지구를 돌며 목표물을 격추했다는 사실에 허를 찔린 모습을 보였고, 의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오랫동안 미뤄온 극초음속 군사기술 연구를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피셔 연구원은 “우리가 본 것은 (극초음속 분야) 중국 무기 개발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극초음속 무기의 실전 배치를 먼저 이루는 국가가 향후 수십 년간 국제질서를 이끌 것이라는 충격적 전망을 내놨다.

방어 수단 마땅찮은 극초음속 무기

극초음속 무기는 적어도 현재까지 방어할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2018년 미 국방부 연구개발 담당 차관이던 마이클 그리핀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관한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인의 자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극초음속 무기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리핀 차관은 “중국은 재래식 무기로 자국 해안에서 수천km 떨어진 곳까지 타격하기 위해 극초음속 발사 시스템을 이미 배치했거나 머지않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미국은 현재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에 대응해 억제할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겨냥하는 전통적인 탄도 미사일과 기동 양상이 현저히 다르다.

보통 음속보다 5배 이상 빠른 미사일을 뜻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초음속 순항미사일’로 최첨단 제트 추진장치를 이용해 초음속으로 비행한다. 다른 하나는 ‘극초음속 활공체(HGV)’로 목표 고도까지 상승한 뒤 활공체가 분리돼 목표물까지 초음속으로 기동하는 방식이다.

HGV는 기존의 탄도 미사일처럼 포물선 궤도를 따라 대기권을 드나들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날아간 후 대기권을 뚫고 떨어진다. 이러한 속도와 기동성, 예측 불가능한 미사일 궤적 때문에 공격 직전까지 지표면에 설치된 레이더망에 감지되지 않는다. 일단 감지된 후에는 너무 늦어 요격할 수 없다.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소식이 알려진 후인 지난해 10월 로버트 우드 당시 군축 담당 대사는 “아직 미군은 HGV를 방어할 능력이 없다”며 “이는 중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 계획인 팰캔 프로젝트에 따른 시험 비행체가 지구 대기권 재진입하는 장면을 나타낸 이미지. | DARPA

갈 길이 먼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미국은 2000년대 초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지만, 2011년 두 차례 시험발사에 실패하며 대부분의 HGV 연구를 포기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 공산당에 비하면 ‘노력’이 부족한 수준이다. 미군은 지난 2010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21차례 실시했는데, 중국 공산당은 같은 기간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수백 차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당시 미군 합참 부의장이던 존 하이텐 장군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의 걸림돌로 국방부의 관료주의와 군 지도부 사이의 위험회피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주도권을 이미 중국에 내줬다면서 “시험 횟수가 한자리 수인 국가와 수백 번인 국가가 경쟁한다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중국 공산당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은 이에 대응하고는 있지만, 향후 이러한 위협에 제때 대응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체계 개발을 전담하는 미군 국방고등계획국(DARPA)은 8개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자금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피셔 연구원은 “미국이 독자적 역량을 발휘하고 극초음속 무기 경쟁에서 중국을 앞서기 위해서는 개발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이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미국이 3년 내 실전 배치 가능한 극초음속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음속 전술 순항미사일은 실전 배치에는 10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피셔 연구원은 덧붙였다.

미 의회조사국은 지난 10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핵탄두를 장착한 HGV를 이미 실전 배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국방부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프로젝트는 2025~2028년에야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미국 미사일방어국(MDA)과 우주개발국(SDA)은 2023~2025년까지 전 세계 극초음속 미사일의 발사를 추적하기 위한 위성 기반의 추적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즉, 미국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2025년부터 1~3년 동안 미국에 비해 전략적, 핵 전략적 우위를 점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투자하는 중국

미국이 방치했던 극초음속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재개하느라 바쁜 사이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은 베일 속에서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지속적으로 진전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중국 공산당이 여러 개의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했으며, 그중 다수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는 사실뿐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HGV 장착을 위해 개발된 둥펑-17(DF-17) 미사일이다. 이 밖에 둥펑-16, 둥펑-21, 둥펑-26, 둥펑-31, 둥펑 41에도 HGV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피셔 연구원은 “중국은 모든 사거리의 탄도 미사일에 HGV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위협은 새로운 우주 기반 공격 체계를 통해서만 의미 있는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소형 HGV 탄두를 여러 개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SBM)을 다수 배치할 경우, 이를 막으려면 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나 추적이 불가능해지기 전 요격할 수 있도록 우주 기반 에너지 무기 시스템을 구축해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요격미사일, 초고속 발사체, 레이저포, 전자공격시스템이 중국의 신무기로부터 미국을 방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의회조사국 보고서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기술들이 아직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는 하지만 실전 배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피셔 연구원은 “대안은 미국이 중국의 미사일 목표물 추적 및 제어 시스템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분쟁 발생 시 미군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남극 기지를 교란하거나 아르헨티나에 소재한 인민해방군의 우주 추적 및 통제 기지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아르헨티나 최남단 파타고니아 지역에 운용하고 있는 우주관측소는 인민해방군의 미사일 유도 등을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시설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