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피살에 분노한 트럼프, 멕시코에 “마약 카르텔 소탕하자” 제안

자카리 스티버(Zachary Stieber)
2019년 11월 7일 오전 7:25 업데이트: 2019년 11월 7일 오전 7:25

멕시코 국경지역 소노라주에서 발생한 카르텔 총기난사 사건으로 최소 9명의 미국인이 사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가 마약 카르텔을 소탕하는 ‘전쟁’을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 발생 다음 날인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서로 총을 쏘던 두 패의 악랄한 마약조직 사이에 갇혀 결국 어린이를 포함해 미국인이 사망했다”며 “멕시코가 이 괴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마약 카르텔과 전쟁을 치르고 지구상에서 그들을 쓸어낼 때다. 멕시코의 위대한 새 대통령의 전화를 기다릴 뿐!”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의 주권이 보장된다면 트럼프와 안보협력에 관해 대화하겠다”고 협상의 문을 열어 놓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해 지지해 준 데 대해 감사하며 “협력 사항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면서도 “이런 사건들을 처리하기 위해 외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멕시코 당국은 5일 오전 카르텔 무장 괴한들에 의해 적어도 여성 3명과 어린이 6명이 살해당했음을 확인했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언론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5일 최근 멕시코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와 이 지역 카르텔과 범죄단체의 폭력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멕시코 대통령) 로페스 오브라도르와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카르텔이 4일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의 치와와와 소노라주 사이 산길에서 차량을 공격해 여성 3명과 어린이 6명이 총상을 입었다. 사망자들은 모르몬교의 한 분파가 모여 사는 라모라 지역에 거주하는 르바론 가족이었다.

멕시코의 알폰소 두라조 보안관은 이 지역에서 교전 중인 마약 밀매 조직들 간의 폭력적인 대립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라이벌 조직으로 오인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카르텔 폭력

멕시코는 군대를 동원해 10년 이상 마약 카르텔과 싸웠지만, 마약 폭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멕시코 정부 기록에 따르면 실종 인구수를 제외하고 지난 12년 동안 25만 명 이상이 살해됐다. 2019년 첫 7개월 동안 3만 명 이상이 살해됐으며, 이들 중 대부분이 마약 전쟁과 관련이 있다.

카르텔 폭력사태는 마약 밀매 조직의 총기 난사 및 살인 사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미국으로 번져나갔다.

게다가 멕시코로부터 밀반입된 마약은 2018년 미국에서 7만 명에 가까운 생명을 앗아간 약물 과다 복용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벌어들인 마약 거래 수익금은 카르텔 운영 자금으로 중무장 장비를 조달하는 데 쓰이고 있다.

데릭 말츠 전 마약단속국 특수작전본부장은 “우리는 지대공 미사일, 수류탄을 논할 때, 그들에게는 상단에 대형 기관총이 장착된 장갑차가 있다”고 에포크타임스에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은 테러 당시 희생자들을 태웠던 것으로 보이는 차량 잔해가 총탄으로 벌집처럼 뚫리고 새까맣게 그을린 채 연기를 내뿜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미국식 억양을 한 남성은 거친 숨을 고른 채 격한 목소리로 “이것은 기록하기 위한 것이다. 니타와 우리 손자 네 명이 총에 맞고 불에 탔다”며 처참한 상황을 그대로 전했다

사망한 가족의 친척 줄리안 르바론은 이 사건을 ‘학살’로 규정하며 일부 가족이 산 채로 불에 탔다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소년 4명, 소녀 2명, 여성 3명이 살해됐다며 공격을 피해 도망친 어린이 몇 명이 실종됐다가 시골에서 몇 시간 만에 발견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누가 공격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척 알렉스 르바론은 “내 사촌은 자기 아이들과 함께 트럭에서 살해당했다”며 희생자는 모두 미국과 멕시코 이중국적자라고 설명했다.

이번 테러로 부상한 어린이 5명이 미국의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미국과 멕시코 당국이 밝혔다.

모르몬교와 마약 카르텔

약 150년 전, 미국이 일부다처제의 관행을 금지했을 때 모르몬교도들은 멕시코 치와와에 집단 거주지를 세웠다. 이들은 몇 년 동안 카르텔에 의해 살인, 납치 등에 시달려 왔다.

2010년 모르몬교도들이 카르텔에 납치된 주민의 석방을 멕시코 당국에 요구한 후, 르바론 가족을 포함한 두 명의 모르몬교도가 보복 살해당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모르몬교도들은 결국 멕시코 법을 어기고 자체 방어를 위해 무장했다고 2012년 캐나다 미디어 바이스(Vice)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