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절반 이상, ‘성정체성’ 따른 여권 성별 표기 반대” 여론조사

한동훈
2021년 09월 22일 오후 1:40 업데이트: 2021년 09월 22일 오후 2:03

미 국무부가 의학적 증명서 없이 여권 표기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새 규정 마련에 대해 미국 성인 절반 이상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 리포트는 21일 미국 성인 54%가 자신의 생물학적 성(性)이 아니라 ‘성 정체성’에 따라 여권의 성별 표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새 여권 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6월 말 국무부는 새 여권 발행 시 여권 성별란에 남성(M), 여성(F) 외에 성 정체성에 따라 제3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성 정체성에 따른 성별은 출생증명서, 신분증 등 공식적인 신원 증명서류에 기재된 성별과 상관없이 선택할 수 있으며, 이를 증빙할 의학적 증명서도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관련 성명에서 “성별에 관련 없이 성소수자(LGBTQI+) 미국 시민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며 정부 문서에 여러 성별 표기를 추가하는 작업이 상당히 복잡하고 광범위한 전산시스템 업데이트가 필요해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라스무센 리포트는 국무부의 여권 성별 표기 변경안에 반대한 응답자 54% 중 39%는 강하게 반대했으며, 찬성한 응답자는 전체의 35%(‘강하게 찬성’ 18% 포함)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였다.

정치성향별로는 공화당 지지자들은 반대 비율이 압도적이었고, 민주당은 찬성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공화당원은 찬성 22%, 반대 73%였고 민주당원은 찬성 56%, 반대 35%였다. 무소속은 60%가 국무부의 여권 성별 표기 변경안에 반대했다.

인종별로는 백인(56%), 흑인(53%), 그외(52%)로 대체로 반대 입장이 절반 이상을 나타냈다.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논란이 뜨겁다. 말로만 듣고 고개를 끄덕이기는 쉽지만, 학교 같은 단체시설에서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탈의실(라커룸) 사용은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라스무센의 이전 설문조사에서는 미국 성인 응답자 60%가 트랜스젠더의 성 정체성에 따른 화장실·라커룸 사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자신을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생물학적 남성의 여성전용 시설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25%였는데, 이는 2017년 38%에 비해 상당폭 감소한 것이다.

성소수자를 뜻하는 ‘LGBTQI+’는 당초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로 표기됐으나, ‘Q’(퀴어), ‘I’(간성·Intersex) 등이 추가되다가 나중에 ‘+’(플러스)를 붙여 그외 모두를 나타내는 식으로 복잡화 양상을 보여왔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와 온라인으로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됐다.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는 ±3.0%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