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재했으면 하는 사람은?” 설문조사에 홍콩 시민들이 뽑은 톱3

류지윤
2020년 06월 10일 오전 10:13 업데이트: 2020년 06월 10일 오전 10: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자치권을 침해한 홍콩 관리들을 제재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최근 홍콩 내에서 진행한 한 여론조사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가 ‘홍콩민의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재 희망 대상 TOP3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크리스 탕 경무처장(경찰청장 격), 테리사 청 율정사 사장(법무장관 격)이 나란히 올랐다.

전체 응답자 중 캐리 람이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비율은 66%, 크리스 탕 경무처장이 36.2%, 테리사 청 율정사 사장이 30.4%로 그 뒤를 따랐다. 해당 조사는 1~4일 동안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난 4일 밤 홍콩 치안 당국의 집회 개최 불허 결정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민들은 톈안먼 사건 31주년을 기념하며 빅토리아 공원에 모였다. 시민들은 촛불을 손에든 채 설문 조사에 응하며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설문조사에 응답한 시민 궈씨는 “캐리 람이 홍콩인들을 중국 공산당에 팔아넘기고 전 세계를 속였기 때문에 가장 많은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이민 왔다는 리씨는 “캐리 람, 크리스 탕, 테레사 청 등 모두 처벌받길 바란다”며 “배신당한 홍콩의 상황에 매우 비통한 심정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 양씨는 “홍콩 관리들은 자녀들을 이미 해외로 이주시켰는데, 각 나라에서 홍콩 관리들을 포함 그들 가족의 해외 국적을 박탈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홍콩 관리들의 가족 대부분이 영국 국적일 것이라며, 영국이 직접 나서서 이들을 제재해줄 것을 호소했다.

홍콩 시위대는 캐리 람 행정장관을 두고 ‘홍콩에 재앙을 불러온 장본인, 홍콩을 중국에 팔아넘긴 매국노’라며 비판하고 있다. 람 장관은 지난해 홍콩 시위를 ‘조직적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을 시행해, 그 공으로 행정 수반에 올랐다. 그는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을 진압했으며,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탄압하는 와중에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꼽았다.

크리스 탕은 지난해 11월 19일 홍콩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에 임명된 후 시위가 발생하자마자 진압에 나서는 ‘선제 진압 방식’을 채택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27일 벌어진 도심 시위 때는 시위대의 규모가 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전면 체포에 나서 360명을 순식간에 체포했다. 그는 시위대를 옹호하는 언론사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취임 후 지난달까지 빈과일보에만 총 62번의 서한을 보냈다.

테리사 청 율정사 사장은 캐리 람 행정장관과 함께 ‘범죄인 인도 법안’의 입법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다. 그는 지난 4월 27일 입법회에서 “중련판(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은 중앙 정부에 소속된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법 22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중련판의 소속을 바꿔 홍콩 내정에 얼마든지 간섭할 수 있다고 풀이한 것이다. 중련판은 중국 정부의 연락사무소 역할을 한 신화통신 홍콩지국 역할을 계승한 조직으로 베이징의 출장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은 홍콩반환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중국 정부가 ‘일국양제’를 ‘일국일제’로 만들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는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홍콩 자치권을 약화하는 데 관여한 홍콩 관리들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하면서 국무부가 감시 위험 증가를 반영해 홍콩에 대한 여행 권고도 수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