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납품업체 제재, 화웨이 스마트폰에 타격될 것…장기적으로 삼성 수혜”

하석원
2020년 08월 24일 오후 12:05 업데이트: 2020년 08월 24일 오후 12:17

미국의 제재 강화로 화웨이는 반도체 칩에 대한 접근이 막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글로벌 기술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활용해 만든 반도체 칩을 특별한 면허 없이 화웨이에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화웨이가 제3자를 통해 특정 기술에 접근할 수 있었던 지난 5월 제재 내용의 잠재적 허점을 보완하는 차원이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우려로 화웨이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까지 화웨이는 중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이번 규제는 미·중 관계의 균열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미라보드증권 애널리스트이자 책임자인 닐 캠플링은 “화웨이에 가해진 지속적인 숨통 조이기로 반도체 산업 전체에 반향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중국 거대통신기업 화웨이는 1년 전 처음으로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투자회사 제프리스는 제재 확대로 화웨이가 칩세트를 공급할 수 없다면 핸드셋 사업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 등 다른 증권사들도 같은 견해를 보이며, 이는 샤오미, 애플과 같은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라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미국의 새로운 규제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달 초 화웨이는 공급업체에 대한 미국의 압박으로 하이실리콘(HiSilicon) 사업부가 칩세트(휴대전화 핵심 부품)를 계속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9월부터 주력 제품인 ‘기린’ 칩세트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하이실리콘 사업부는 그동안 시놉시스 등과 같은 미국 기업의 소프트웨어에 의존해 칩을 설계해왔다. 미국 업체 장비를 사용하는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에도 위탁 생산했다.

반도체 칩 공급업체에 미치는 영향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칩 공급업체들이 새로운 규칙을 준수하는 면허를 신청해야 하므로 단기적인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얼마나 많은 업체가 면허를 받아야 하고 또 해당 면허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아시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본 소니, 대만 미디어텍 등 업체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화웨이를 주 고객으로 둔 미디어텍의 주가는 20일 10% 폭락했다.

대만 반도체 업체 미디어텍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하지만 단기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독일 반도체 칩 제조업체 인피니언(Infineon)과 오스트리아의 센서 제조업체 AMS가 최근 미국 제재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 기술주들은 화웨이에 대한 비교적 낮은 노출도를 반영해 강세를 보였다. 미라보드의 애널리스트 닐 캠플링이 인용한 수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AMS에서 7%, 인피니온에서는 3%,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서는 4% 매출을 차지했다.

새로운 제재가 어떻게 시행될지 그리고 미국이 얼마나 강경한 태도를 취할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이 남아있다.

예를 들어, 세계적 정치경제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은 반도체 공급업체에 “화웨이 계열사가 구매자, 중개 수취인, 최종 수취인 또는 최종 사용자가 될 수 있는 거래에 관여되지 않기 위해 모든 제품의 종착점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

화웨이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자리를 포기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부 승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의 아태 지역 애널리스트 고쿨 하리하란은 “화웨이는 현재 중국에서 45~50%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취약해진다면 오포, 비보와 함께 샤오미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웨이는 국제 스마트폰과 5G 시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으며, 두 분야 모두 삼성에 이득이 될 수 있다. 또 아이폰의 잠재적 점유율 상승으로 애플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 베테랑 투자자 번스타인은 “9월 15일 이후 화웨이와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TSMC는 장기적으로 약간의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재제로 퀄컴 등 미국 반도체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만, 화웨이 경쟁업체들이 우위를 점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손실은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