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국에 세 가지 ‘레드라인’ 제시한 왕이의 블러핑

탕하오(唐浩)
2021년 07월 31일 오전 11:46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4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7월 26일 톈진(天津)을 방문해 중국 측 왕이(王毅) 외교부장 및 셰펑(謝鋒)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회담이 시작되자 중국은 미국 측을 격하게 몰아붙이는 등 또다시 전랑(戰狼·늑대전사)외교 본색을 드러냈다.

왕이는 미국 측에 ‘3가지 레드라인’을 제시하고 또한 미국에 개선과 관심을 요구한 목록을 전달했다. 미중 관계의 미래에 대한 중국 측의 제안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다시 전랑외교를 펼치며 협상할 생각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대외용이고 속사정은 그 반대다. 실제로는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왕이가 공개적으로 제시한 3가지 레드라인이다. 우선 이 세 3가지 레드라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미국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도전하거나 비방하거나 전복하려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중국의 발전 과정을 억제하거나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중국의 주권이나 영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이 3가지 레드라인은 중국이 미국에 경계선을 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재 중국 공산정권이 직면한 3가지 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첫 번째 레드라인 설정 이유는 ‘정권 위기’

첫 번째 레드라인은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기가 갈수록 어렵고, 공산당 전체주의 체제가 갈수록 국민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왕이는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은 피와 살처럼 끈끈하게 이어져 있고 운명을 함께하며, 시종 14억 인민의 내심에서 우러난 옹호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메시지에는 하나의 특징이 있다. 그들이 어떤 구호를 크게 외칠수록 실제로는 그것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령 공산당이 “영원히 당을 신뢰하고 당을 사랑해야 한다”고 높이 외치면, 당내 충성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당에서 “재난 구호 정보는 투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이는 재난 관련 정보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왕이의 주장은 사실 중국 인민이 당과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영한다. 미국도 이를 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때부터 “중국은 중국 공산당과 다르다”고 주장해왔고, 바이든 정부도 “중국이 문제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 정권이 문제다”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중국 공산당 정권은 인민과 당의 탈동조화 흐름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하다.

경제 발전과 대만 통제 계획에도 차질

두 번째 레드라인 “미국은 중국의 발전 과정을 억제하거나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중국의 기술 및 지적재산권 절도를 막는 미국의 정책이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또 미국이 내린 각종 기술 수출 금지령이 중국에 심각한 타격을 안겼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향후 몇 년간 중국이 추진할 첨단 경제 전환 계획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세 번째 레드라인은 “중국이 신장, 티베트, 홍콩, 대만의 주권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신장, 티베트, 홍콩은 중국의 수중에 들어 있다.

하지만 대만은 공산당의 통제권에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이는 공산당이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중국이 홍콩에서 폭력 진압을 하고 국가안전법을 실시하면서 홍콩의 자유와 인권, 법치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홍콩 사태로 수많은 대만인이 공산당의 사악함과 잔인함을 목격했다. 이 때문에 공산당이 통일전선을 통해 대만을 무혈 장악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렇다고 무력으로 대만을 공격할 수도 없다. 미국, 일본, 호주 등이 대만해협의 평화 수호에 개입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왕이가 제시한 세 번째 레드라인은 대만 탈취 계획이 무산되는 데 따른 우려를 반영한다.

 

‘개선 요구와 우려사항 담은 목록’ 내민 이유

중국 외교관들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을 공격했지만, 사실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측이 미국 측에 ‘시정(是正)해달라’며 문제점 리스트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 리스트에는 미국이 고쳐야 할 대중국 정책과 중국공산당의 주요 관심사항이 담겼다.

▲중국 공산당 당원과 가족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철회 ▲중국 지도자, 관료, 정부 부처에 대한 제재 철회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철폐 ▲중국 유학생에 탄압 중단 ▲‘중국 기업 때리기’ 중단 ▲공자학원 때리기 중단 ▲중국 언론을 ‘외국 대리인’ 또는 ‘외국 사절단’으로 등록하도록 한 조치 철회 ▲멍완저우(孟晚舟) 화웨이 부회장 미국 인도 철회

내용을 보면 이 리스트 역시 중국이 미국과 거래를 하기 위해 제시하는 조건임을 알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가장 신경 쓰는 핵심 조건은 이 목록에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베이징 당국은 8가지 요구를 제출했지만 핵심 내용은 당 관리들의 이익, 기술 및 지적재산권 절취 통로 회복, 대외선전 기능 회복의 3가지로 요약된다.

이 목록의 최우선 사항 두 가지는 중국 공산당원의 비자 발급을 막지 말고 고위 관료에게 제재를 가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다. 이는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될까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또 그들이 많은 자산을 이미 미국에 옮겨 놓았음을 시사한다.

중국 유학생의 비자 발급을 막지 말고, 중국 유학생을 탄압하지 말고, 중국 기업을 제제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는 사실상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기술을 훔치는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중국은 유학이란 명분으로 중국 학생을 대거 송출해 미국 대학의 실험실 등에서 중요 자료를 빼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올해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중국 유학생 500여 명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미국은 또 중국의 중점 기업 및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기업에 기술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중국의 군수산업 및 첨단기술 산업 발전에 필요한 핵심기술 이전을 전면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중국이 향후 몇 년간 추진할 경제 전환 계획에 큰 타격을 준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인 공자학원을 내쫓지 말고, 중국 언론을 ‘외국 대리인’ 또는 ‘외국 사절단’으로 등록하도록 강제하지 말라는 요구는 중국의 통일전선 전략과 관계가 있다.

중국은 해외에 파견한 공자학원과 중국 언론을 통해 해외에 침투하고 세계 패권을 노리고 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전통문화 보급기관이 아니라 공산당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대외선전 기구이자 스파이 기구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나라에서 앞다퉈 공자학원을 폐쇄하고 있다.

이밖에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하지 말라는 요구가 목록에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화웨이는 민간기업이 아니라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멍완저우가 이와 관련해 많은 기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당국은 멍완저우가 체포 3년이 흐른 지금까지 늘 그녀의 ‘안전’에 신경 쓰고, 그녀를 구원하기 위해 캐나다 시민을 인질로 잡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왕이의 요구사항에서 입증된 미국의 반격 효능

중국이 제시한 ‘3가지 레드라인’에는 국가로서 중국이 아니라 집권 공산당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려는 절박성이 담겨 있다. 그리고 ‘시정 리스트’는 사실상 중국 지도부의 ‘희망 리스트’다. 이런 바람의 근본 목적은 바로 미국이 대중 정책을 바꾸기 전에 누렸던 혜택, 즉 갖가지 이익을 챙기고 침투 역량과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리스트는 공산당이 왕이를 통해 미국에 건낸 것이고, 이는 미국이 지난 2년간 중국공산당에 취한 모든 반격 조치가 정확하게 공산정권의 급소를 찔렀다는 것을 반증한다. 불안감를 느낀 공산당은 옛 게임규칙을 회복하려 한다.

중국은 관계 개선을 할 마음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는 허세다. 협상 심리학에서는 협상 테이블을 떠나겠다고 말하는 쪽이 협상 타결이 더 절실한 것으로 본다.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미·중 양측은 물밑에서 계속 소통할 것임은 분명하다. 다음 미중 공개 접촉은 국무장관과 외교장관 등급으로 격상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하고 또 10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

그러나 미중 협상은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이다. 현재 미중 양측의 경쟁과 대결은 이미 단순히 민주국가와 독재국가의 제도적 대결이나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대결이 아니라 가치관, 생활관, 세계관을 아우르는 생명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에서 주장하는 헌정(憲政)과 민주주의, 그리고 보편적 가치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생존에 위협이 될 것이다.

반대로 수십년 간 공산주의 사회가 축적한 괴이한 공산당식 문화와 가치관은 자유사회의 생활방식과 국민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양측 간 모순은 갈수록 더 커질 것이고 충돌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